SNUH 톡톡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병원 ‘건강톡톡’ 김민선 교수입니다.
(김민선 교수)우리가 예전에 간질이라고 부르던 뇌전증은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대개는 흔한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전 세계 인구 천 명 당 두 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고요.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뇌전증에 대한 정보가 취약해서 막연히 완치가 어렵다는 생각과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질환 중 하나인데요. 오늘은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로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편견으로 치료조차 기피하는 질병, 뇌전증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신경과 정기영 교수님 나와 주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민선 교수) 지난 여름이었죠. 부산 해운대구에서 불미스러운 교통사고가 발생했었는데요. 무엇보다 당시 가해 운전자의 뇌전증 병력이 도마 위에 올랐었거든요. 이전에는 간질이라고 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뇌전증, 어떤 질환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정기영 교수) 뇌전증은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발작이라는 것은 어떤 신경 증상이 갑작스럽게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우리 뇌에서는 정상적으로 뇌 활동을 위해 전기가 흐릅니다. 이런 정상적인 전기 흐름이 어떤 이상에 의해서 스파크가 일어날 때 발작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런 뇌의 스파크에 의해서 발작이 재발되는 상태를 뇌전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질이라고 했는데 최근에 뇌전증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는 뇌에 전기가, 장애에 의해서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습니다.
(김민선 교수) 뇌에 전기가 발생하는 증상, 뇌전증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런 뇌전증이 발생하는 원인 또는 위험인자라고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기영 교수)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이 뇌에 전기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다양한 뇌 손상이 뇌에 전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데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뇌 외상이나 뇌졸중, 뇌종양 등이 있고요. 일부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지만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경우도 해당이 됩니다.
(김민선 교수) 외부로부터 뇌에 어떤 자극을 받거나, 또는 뇌졸중이 생긴다는 건 출혈이 생기거나 경색이 생긴 경우, 또 종양이 있는 경우, 아주 드물긴 하지만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군요.
(김민선 교수) 많은 분들이 사실은, 뇌전증의 경우에는 유전된다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요. 가족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가요?
(정기영 교수) 많은 분들이 뇌전증은 유전병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뇌전증 환자에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 정도에 불과하고요. 실제 정확하게 유전자가 밝혀진 경우에는 2 내지 4%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특히 소아 뇌전증증후군에서는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유전적인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유전병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김민선 교수) 소아에서도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는 것은 ‘어머니가 걸리면 아이가 걸린다’ 이런 뜻이 아니라, 원인 인자 중에 그런 소인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인 거죠?
(정기영 교수) 네, 현재로서는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지만 아마도 유전적인 배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원인이 되겠습니다.
(김민선 교수) 보통, 한번 발작이라는 걸 하면 ‘저 사람이 뇌전증인가보다’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뇌전증의 진단은 어떤 것들로 이뤄지나요?
(정기영 교수) 뇌전증은 발작 자체를 목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에 발작이 일과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료진이 정확하게 목격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환자나 보호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뇌전증의 전기 이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뇌파검사가 필수적으로 중요하고요. 그 다음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밝히기 위해서는 MRI 등과 같은 뇌 영상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민선 교수) MRI는 여러 청취자분들도 많이 아시는데요, 뇌파검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정기영 교수) 뇌파검사는 심전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현상을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심전도를 측정하듯이 뇌에서 나오는 전기현상을 두피에 전극을 붙이고 찍는 것이 뇌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민선 교수) 뇌파를 찍는다고 하면 조금 무서워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검사는 아니군요.
(정기영 교수) 뇌에 어떤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고 뇌에서 나오는 전기현상을 자연스럽게 측정하는 것이고, 뇌전증 환자는 특징적인, 소위 말하는 발작파라고 하는 뾰족한 파가 나타날 수 있는데, 그 파형이 나타나면 뇌전증을 확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김민선 교수) 뇌전증에 대한 두려움 중에 가장 큰 것은 결국 아무래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뇌전증 환자에서 발작은 항상 갑작스러운 형태인가요? 아니면 발작을 유도하는 상황이라든지 전조증상 같은 게 있는지요?
(정기영 교수) 뇌전증 발작의 가장 큰 특징이 예고 없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되는데요. 그렇지만 잘 유발되는 상황은 있습니다. 수면이 매우 부족하다든지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하다든지 또는 과음을 했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뇌전증이 잘 생길 수 있겠고요. 그 외에도 어떤 환자분들은 특정한 냄새나 특정 음식에 의해 (발작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한편, 뇌전증에 전조증상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본격적인 발작이 시작되기 전에 본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인데 그런 증상 후에 본격적인 발작으로 이행되기 때문에 그런 전조증상을 느꼈을 때 본인이 대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도 합니다.
(김민선 교수) ‘전조증상이라는 게 있어서 발작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금 준비를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뇌전증으로 진단되는 경우에 대표적인 증상이 발작이기는 한데요. 그 외에 다른 증상들도 동반이 될 수 있나요?
(정기영 교수) 일반적으로 뇌전증 환자에서 발작 이외에는 평상시 다른 증상이 거의 없어서 사실 일반인하고 차이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뇌전증 증상이 만성적으로 경과를 하다 보니까 발작과 연관돼서 예고 없이 나타나는 것 같은 특성 때문에 환자분들이 사회·심리적으로 동반되는 증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라든가 사회적 활동이 제한된다든가 하는 이런 것들이, 하나의 동반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선 교수) 지금까지 뇌전증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서 알아봤고요. 다음 시간엔 보다 자세한 증상과 연령대별 발병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톡톡 저는 김민선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