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장애
[personality disorder]
인격이 지나치게 편향된 상태로 고정되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서 심각한 장애나 주관적인 괴로움을 가져오는 경우
정의
인격(또는 성격) 이란 일상생활 전반에서 드러나는 한 개인을 특정짓는 정서, 사고 및 행동적 성향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인격특성은 주변 환경과 자신에 대해 인식하고 관련을 맺고 생각하는 지속적인 양상으로, 이러한 특성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개인의 내면에 폭넓게 드러난다. 이 양상이 고정되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적이나 직업적 기능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거나 본인 스스로 괴롭게 느낀다면 인격장애로 판단하게 된다. 인격장애를 진단할 때는 생활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과 부적응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지속적이라고 할 때는 한 개인의 삶에서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시작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부적응적이라는 것은 이 장애와 관련된 특성이 개인에게 손상, 예를 들면 친밀하고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마찰을 일으켜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못하는 등 사회적, 직업적 기능 손상을 입히거나, 드물게는 고통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조현병(정신분열병),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증적 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각종 정신질환의 병전 인격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있다. 인격장애는 행동과 정서와 사고에 있어서 심하게 퇴행하진 않는다는 점이 정신병과 다르고, 자아동질적(ego-syntonic)이고 환경변형적(alloplastic)하다는 면에서 자아이질적(ego-dystonic)이고 자기변형적(autoplastic)인 신경증적 장애와도 다르다. 즉, 인격장애 환자의 경우 자신의 문제성 있는 성격과 결함을 자아동질적으로 받아들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적인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원인
현재까지 인격장애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과 아동기의 학대, 심리적 외상, 양육자와의 관계 등 환경적 요인들이 인격장애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인격발달은 유아기의 심리적 자극, 그 후의 정서적 통합능력 여부와 관계가 깊다.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르면 인격양상은 심리적으로 결정적인 어떤 시기에 있는 리비도(libido)의 장애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공격성이나 의존성, 혹은 우울증은 구강기의 장애로서 리비도가 구강기로 퇴행하거나 고착된 상태이고, 강박성 인격장애나 강박장애는 항문기의 장애이고, 반사회적 행동은 남근기로 퇴행 또는 고착된 상태로 설명한다. 윌리엄 라이히(Wilhelm Reich)는 인격은 본능적인 충동, 주변 중요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즐겨 쓰는 특징적인 방어양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는 투사를 즐겨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 의심이 많고 남과 자주 다투는 인격특성을 보인다. 한편 아동기 학대나 방임의 경험이 성인기 인격장애 발병의 위험요인으로 보고되어 왔다. 유전적 원인에 대한 증거도 있다.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이란성 쌍둥이보다 성격특성과 반사회성 성격발생의 일치율이 높다. 영아 때 분리되어 따로 자란 쌍둥이의 경우에도 성격이 유사한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인자의 이상이 입증된 경우도 있는데 XXY 유전자를 가진 경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빈도가 높았다. 양자로 간 자식도 양부모보다 친부모의 반사회적 성격을 닮는 경우가 흔하게 발견된다. 가족력 연구에서는 분열성 인격장애 환자의 가족에게서 정신분열병의 발생 빈도가 높았다. B군의 인격장애를 가진 환자의 가족 중에 전반적으로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알코올중독증이 많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의 가족에서 우울증의 발생빈도가 높았다. 추적 관찰결과 분열형 인격장애와 정신분열병, 강박성 인격장애는 강박증과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사회적 요인들 역시 인격장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격성을 중요시하는 문화권에서는 편집성,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암시적으로 강화하고 조장할 수도 있다.
증상
인격장애는 분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대개 비슷한 성격을 지닌 장애끼리 세 개의 군으로 묶어 나눈다. 1) A군 인격장애(이상하고 별난): 편집성 인격장애, 분열성 인격장애 2) B군 인격장애(극적, 감정적, 변덕스러운): 반사회성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히스테리 인격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3) C군 인격장애(불안하고 겁이 많은): 회피성 인격장애, 의존성 인격장애, 강박성 인격장애 각각의 인격장애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편집성 인격장애: 다른 사람의 동기를 악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 조현성 인격장애: 사회적 유대로부터 유리되고, 제한된 범위의 감정 표현 조현형 인격장애: 친밀한 관계를 불편해하고 그런 관계를 맺는 능력의 감퇴 및 인지, 지각 왜곡, 행동의 괴이성 반사회성 인격장애: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 경계선 인격장애: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동의 불안정성과 충동성 연극성 인격장애: 과도한 감정 표현과 주의를 끄는 행동 자기애성 인격장애: 과대성, 숭배에의 요구, 공감 능력의 부족 회피성 인격장애: 사회적 관계의 억제, 부적절감, 부정적 평가에 대한 예민성 의존성 인격장애: 돌봄을 받고자하는 지나친 욕구, 복종적이고 매달리는 행동 양상 강박성 인격장애: 정돈, 완벽, 통제에 지나치게 집착
진단/검사
인격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장기간의 기능 양상을 반드시 평가해야 하고, 특징적인 인격 특성이 성인기 초기 전까지는 명백하게 나타나야 한다. 인격 특성이 경직되고 부적응적이고 뚜렷한 기능 손상과 주관적인 고통을 야기할 때만 인격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인격장애를 특징짓는 인격 특성은 특정 스트레스 상황이나 일시적인 정신 상태(예, 양극성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물질 중독)에서 드러나는 개인적 특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인격장애를 특징짓는 개인적 특성을 환자 자신은 문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평가가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족 등 다른 정보 제공자로부터 보충적인 자료를 얻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격장애를 진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A. 내적 경험과 행동의 지속적인 유형이 개인이 속한 문화에서 기대되는 바로부터 현저하게 편향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다음 중 2가지(또는 그 이상)에서 나타난다. 1. 인지(즉, 자신과 다른 사람 및 사건을 지각하는 방법) 2. 정동(즉, 감정 반응의 범위, 불안전성, 적절성) 3. 대인관계 기능 4. 충동 조절 B. 지속적인 유형이 개인의 사회 상황의 전 범위에서 경직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C. 지속적인 유형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D. 유형은 안정적이고 오랜 기간 동안 있어 왔으며 최소한 청년기 혹은 성인기 초기부터 시작된다. E. 지속적인 유형이 다른 정신질환의 현상이나 결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F. 지속적인 유형이 물질(예, 남용 약물, 치료 약물)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예, 두부 손상)로 인한 것이 아니다.
치료
대부분의 인격장애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증상만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기를 원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괴로워하고 치료를 원할 때가 많다. 분열형 인격장애나 경계성 인격장애의 경우에는 삽화적으로 정신병적 상태가 발생하기도 하며, 또는 경계성 인격장애의 경우 자살시도와 동반된 불안, 우울 등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개인 및 집단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각각의 인격장애에 대한 특정 치료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일반적 원칙을 지키면서 환자가 보이는 증상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서 치료한다.
경과/합병증
인격장애의 증상은 성인기 초기 전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삶의 후반기까지 치료를 받지 않는다. 중요한 지지적 인물(예, 배우자)을 상실하거나 이전의 안정적인 사회적 여건(예, 직장)을 상실한 후에 더 심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