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간세포암종 임상 및 기초 연구

간경화, 간경변증, 간염, 지방간, 간이식 연구

Q. 의사가 된 계기는?

어렸을 때 다니던 소아과에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계셨는데요, 항상 인자하게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 주시는 걸 보고 어린 마음에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재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대에 들어와 공부하면서 ‘간’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B형 간염 예방접종이 개발됐는데도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간염, 간경화가 많고 거기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소화기내과, 그 중에서도 간 분야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Q. 관심 갖고 있는 연구나 진료 분야는?

최근에는 만성 간질환을 갖고 있다가 정기 검진을 통해서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데요, 조기인데도 여러 이유로 수술이나 색전술 같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 간암의 크기가 작으면, 경피적 에탄올 주입법 또는 PEIT라는 치료법을 쓸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보면서 알코올을 주입하는 방식으로서, 간편하고 안전한 데다가 결과도 다른 치료만큼 뛰어납니다. 그래서 여타의 치료법을 쓸 수 없는 조기 간암 환자들을 위해서, 경피적 에탄올 주입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간 이식이나 색전술 같은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발굴하기 위해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의대 간연구소에서 헥소카이네이즈(Hexokinase, HK)라는 효소와 간암 세포의 성장, 증식 간의 관계를 밝힌 바가 있는데요, 저는 연구를 더 발전시켜서 헥소카이네이즈와 PDI라는 효소를 동시에 억제하면 간암 증식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난치성 간암의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몽골 환자분이 계셨는데요, 간암이 여러 군데 퍼져 있어서 수술은 불가능하고 색전술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몽골에서는 색전술을 받으면 곧 사망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굉장히 불안해 하셨어요. 그래도 충분히 상의해서 설득하고 치료를 받도록 했고, 그 결과 간암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후 반복적으로 색전술을 시행하면서 남은 간암을 잘 치료했습니다. 환자분도 치료 전보다 많이 호전된 상태에 좋아하셨어요. 치료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를 계기로 치료법을 선택할 때 환자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러 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Q.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암은 치료가 어렵고 재발도 흔한 질병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돼서, 반복 치료를 하면서도 간 기능을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존율이 예전보다 많이 향상됐고요. 그래서 부디 병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를 이어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