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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칼럼

수용노화 (노화 감옥)

글 번호 : 25 등록일 : 2025-12-19

수용노화 (노화 감옥)


1.저속노화의 시대

요즘 '저속노화'라는 말이 유행이다. 노화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생물학적 나이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고 실제로 그런 노력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노화는 늦출 수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는 것.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저속노화는 감옥행 열차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지, 목적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2. 광채의 상실

나는 혈관외과의사이다. 매일 60대, 70대, 80대 환자들을 본다. 그들의 눈에서, 피부에서, 움직임에서 나는 무언가가 사라져가는 것을 목격한다. 젊었을 때 누구에게나 있었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광채. 그것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과정을 나는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 나 자신도 그 광채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거울 속 내 얼굴에서, 예전보다 무거워진 몸에서, 회복이 더뎌진 피로에서. 이것은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체력적 제약은 인간의 심리 상태를 변화시킨다. 할 수 있었던 것들이 하나씩 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간다. 선택지가 좁아진다. 자유가 줄어든다.

여성에게 이 상실은 더 깊은 차원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회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부여하는 가치가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다. 노화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만, 그 무게는 평등하지 않다.

노화는 감옥이다.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씩 세워지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 젊음의 자유와 비교할 수 없는, 제약된 삶이 시작된다.


3. 요셉의 감옥

그러나 체력적 제약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계를 만나면 인간은 비로소 인간임을 자각하게 된다.

성경에 요셉 이야기가 있다. 형들에게 버림받고, 종으로 팔려가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청년. 그러나 요셉은 그 감옥에서 자신의 가장 완성된 모습을 발견했다. 신 앞에서 겸손하면서도 사람 앞에서 당당한 존재. 그는 감옥을 나와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지만, 진정한 변화는 감옥 안에서 이미 일어났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본다. 감옥 안에도 삶이 있다. 우정이 있고, 희망이 있고, 성장이 있다. 수십 년을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그곳에 적응하고, 나름의 의미를 찾는다.

노화의 감옥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젊음의 자유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겸손을 배우고, 감사를 배우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노화의 감옥은 긍정적일 수 있다.


4. 선택적 행복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솔직해지고 싶다. 감옥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감옥이 감옥이 아닌 것은 아니다.

노화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선택적으로 행복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의지의 산물이다. 상황 자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안에서 행복을 선택한 것이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쇼생크의 주인공도 감옥에서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었지만, 결국 탈출을 꿈꿨다. 왜냐하면 감옥은 감옥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제한하고, 안락한 삶을 저해한다. 아무리 감옥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곳임을 자각할지라도, 항상 감사하며 만족할 수는 없다.

그리고 노화의 감옥에서는 탈출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5. 아직 도달하지 않은 곳에서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아직 60대도, 70대도, 80대도 아니다. 40대 후반, 노화의 입구에 서 있을 뿐이다. 나는 그 깊은 곳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이 글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관찰에서 나온 것이다.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의 몸과 눈과 목소리에서 읽어낸 것들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깊이 들여다보며 쓴 글이다.

그러므로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실제로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지금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더 힘들 수도 있고, 의외로 더 평화로울 수도 있다. 이 글은 예언이 아니라 예감이고, 확신이 아니라 성찰이다.

다만,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기록해두고 싶었다.


6. 수용노화

노화를 늦출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노화의 감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을 '수용노화'라고 부르고 싶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노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저항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

둘째, 그것이 수용소와 같은 곳이라는 것. 감옥이라는 것. 자유롭지 않고, 제약이 있고, 때로는 힘겹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인정하는 것. 그것이 수용노화다. 감옥 안에서도 삶을 찾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곳이 감옥임을 잊지 않는 것. 행복을 선택하면서도, 그 행복이 선택의 결과임을 아는 것.

어쩌면 이것이 40대 후반에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준비일지 모른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시도. 감옥이 올 것을 알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

노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선택의 첫걸음은,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안상현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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