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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뉴스

SNUH-연합뉴스 '명의에게 묻다' - 안면수부이식

조회수 : 5270 작성일 : 2016-08-03

[SNUH-연합뉴스 공동기획 '명의에게 묻다']  페이스오프 '세계 30건·한국 0건'…이유는?
얼굴·손 제외한 현행 장기이식법 개정 필요
국내 안면 수부 이식 대상환자 7천500명 추산…'환자들에게 희망 줘야'
 

1997년 '페이스오프'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범죄자와 FBI 요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범죄자가 FBI 요원과 얼굴을 바꿔 위장하며 다른 사람을 속이는 모습이 단연 압권이었다.

그 후로 거의 20년이 흐른 지금 이런 페이스오프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얼굴(안면) 이식은 30건 이상, 손(수부) 이식은 100건 이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얼굴과 손 부위의 이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 주었다는 평가다.

안면수부 이식은 의학적으로 이식 대상이 되는 환자에게 '면역조직 적합성'이 맞는 뇌사자의 안면이나 수부를 이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면역조직 적합성이란 다른 사람의 조직이나 장기를 이식해도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이식받은 장기를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식된 타인의 조직에 거부반응이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잿물 화상 환자, 안면이식 수술 성공[2013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잿물 화상 환자, 안면이식 수술 성공[2013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이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혈관과 신경을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봉합하는 '미세봉합기술'(microanastomosis)이다. 단순히 안면과 수부를 떼어 내 붙이는 게 아닌 만큼 수많은 혈관과 신경을 이어붙이는 의료진의 섬세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지름이 1~2㎜에 불과한 혈관의 경우 동맥 1~2개, 정맥 2~3개 정도를 현미경으로 보면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봉합해야 하는데, 고도로 숙련된 의사가 아니면 쉽지 않다. 신경도 동일하게 봉합하지만 혈관보다 속이 꽉 차 있다는 점이 다르다. 보통은 다른 사람의 신경을 이어붙이면 원래 기능의 50~70% 정도만 제 기능을 한다.

둘째, 뇌사자에게서 이식이 필요한 만큼의 조직을 정확히 떼어 내고, 이렇게 떼어 낸 조직이 잘 이식될 수 있도록 신경, 혈관, 근육, 인대, 뼈 등을 잘 박리하는 기술도 성공적인 이식의 전제조건이다.

셋째, 타인의 조직 이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잘 투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통상 면역억제제는 평생을 투여해야 하는데, 요즘은 계속 먹어도 합병증이 없을 만큼 약이 좋아졌다.

이처럼 안면수부 이식에 필요한 세 가지 기술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충분히 행해지고 있고, 일부는 선진국을 능가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안면수부 이식이 한 건도 시행되지 않았다. 과연 이유가 뭘까?

안면수부 이식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안면수부 복합조직 동종이식'(facial and hand composite tissue allo- transplantation)이라 할 수 있다. 복합조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식하는 조직에 뼈, 근육, 인대, 신경, 혈관, 지방, 피부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서는 안면이나 수부를 장기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골수, 안구, 췌도(膵島), 소장, 위장,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으로 한정돼 있을 뿐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안면이나 수부는 장기가 아니므로 이식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생명이 위험하지 않은데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으면서까지 굳이 남의 안면과 수부를 이식하고 혹시나 생길지도 모르는 먼역거부반응 등의 합병증을 걱정해야 하느냐고 지적한다. 또 이식 반대론자 중 일부는 의사나 병원이 명예를 높이기 위해 효과가 떨어지는 수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억지 주장이며 기우에 불과하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수부외과 전문의의 하소연이 기억난다. 만약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본인이 양손이 없다고 해도 지금처럼 이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있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본인 손으로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개인위생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그 고통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그는 덧붙였다.
그의 말은 잘못된 게 없다. 안면이나 손의 이상 때문에 외출은커녕, 사랑하는 내 아이가 놀랄까 봐 아이를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딱한 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안면과 수부에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안면 1, 2급 장애인을 기준으로 대략 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 수부는 1, 2급 장애인을 기준으로 대략 7천명 정도로 추측할 수 있다.
안면과 수부의 이상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결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뇌사자의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할 수 있는 법 개정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이 조속히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최태현 교수◇ 최태현 교수는 1997년 계명대 의대를 졸업한 뒤 경상대학교 교수, 계명대학교 교수, 미국 하버드대ㆍ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방문연구원을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 교수는 혈관기형, 혈관종, 선천성거대모반 치료 분야에서 명의로 꼽힌다. 또 외상, 암환자 재건수술에 초미세수술기법을 적용해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방유래줄기세포, 피부세포 연구와 의료기기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 과학논문색인(SCI) 등재 국제학술지에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기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8/02/0200000000AKR20160802119600017.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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