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태아 피부에서 피부 재생의 실마리를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상처가 아물 때 털을 만드는 모낭이나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샘, 털을 세우는 입모근(털세움근) 같은 부속기관이 함께 살아나지 못하면 흉터로 남는데, 이는 현장에서 늘 부딪히는 한계였습니다. 그러다 동물을 관찰해보니 흉터 없이 아물 때에는 태아 시절의 유전자 프로그램이 다시 켜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피부가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생후 며칠 만에 마우스의 피부 모낭 재생 능력이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 그 짧은 전환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Q. 태아 피부와 피부 재생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태아 피부는피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원본 설계도’와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표피와 진피가 형성되고 모낭과 입모근 같은 조직도 차례로 만들어집니다. 아주 이른 시기의 태아 피부는 세포가 여러 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 유연성이 커서 상처가 생겨도 흉터 없이 회복됩니다. 따라서 어떤 세포가 어떤 신호를 받아 모낭과 주변 조직으로 변하는지, 또 언제부터 이러한 재생 능력이 줄어드는지를 알아낸다면 성인 피부도 손상된 조직을 원래 모습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다중 오믹스 분석으로 무엇을 찾아내셨나요?
중 오믹스분석은 하나의 세포를 여러 층위에서 함께 살펴보는 방법입니다. 세포 안에서 어떤 유전자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전사체(RNA) 분석’,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DNA 부위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살펴보는 ‘염색질 접근성 분석’, 이러한 변화가 조직의 어느 위치에서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공간 전사체 분석’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피부가 발달하는 동안 여러 세포가 어떻게 이동하고 변화하는지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피부 위쪽의 섬유아세포가 입모근으로 분화하는 과정과 이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 경로인 Mef2c-Myocd 축*을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Q. 입모근 전구세포 확인이 탈모 연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입모근은 모낭 줄기세포가 자리 잡는 부위와 연결되어 있어 모낭의 구조를 유지하고 모발이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뒷받침하는 조직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피부 위쪽에 있으면서 Mef2c 유전자가 활성화된 섬유아세포가 입모근으로 자라나는 ‘씨앗 세포(전구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직 이 세포만으로 입모근이나 모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입모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경로를 밝힘으로써 탈모와 모낭 재생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Q. 피부 발달 지도는 향후 어떤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피부 발달 지도는 앞으로 재생 치료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설계도와 같습니다. 앞으로는 초기 태아 피부의 높은 재생 능력을 어떤 신호와 유전자가 유지하는지 밝히고, 그 원리를 성인 피부에서도 필요한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쌓이면 모낭 주변의 환경을 회복시키거나 흉터를 만드는 세포 반응을 재생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치료로 연결하려면 사람 세포와 피부 오가노이드**, 동물 모델을 통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논문 한 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피부가 발달하는 어느 시점에 어떤 세포와 유전자를 살펴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단서를 얻었습니다. 성인의 피부를 태아 피부로 되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태아 피부가 지닌 재생의 원리를 안전하게 활용하는것. 그것이 이번 연구가 향하는 목표입니다.
* Mef2c-Myocd 축: 근육세포의 형성과 분화를 조절하는 유전자 경로로 이번 연구에서는 섬유아세포가 입모근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경로로 확인됐다. ** 피부 오가노이드: 줄기세포 등을 배양해 실제 피부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구현한 입체 조직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