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

병원계 최초의 병원도서관 제중원서재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별관 4층에 ‘교양도서실’이 마련되었다. 지치고 힘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쉼을 주기 위해 문을 연 교양도서실은 교직원과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도서로 채워졌다.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책 한 권은 위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도서실을 드나들며 위로와 웃음, 용기를 얻었다. 교양도서실은 2012년 ‘함춘서재’로 이름을 바뀌면서 본관 1층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한층 넓어진 공간에 편안한 의자를 두어 누구라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꾸몄다.현재 병원도서관은 ‘제중원서재’라는 이름으로 본관 2층에 자리하고 있다. 평범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이 빼곡하게 꽂힌 서가가 나타난다. 기증도서뿐 아니라 매월 새롭게 구입한 신규 도서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서가를 채운 책들은 장르를 넘나든다. 문학은 물론 인문, 사회과학, 역사, 동화, 만화, 경제 등 다채롭다.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제중원서재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병원에 머무는 이유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이 ‘책’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제중원서재에 모여든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

제중원서재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방학이 되면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환아들이 늘어난다. 자주 보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마음이 쓰인다. 주기적으로 입원하는 환아 중 한 명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원 중에는 매일 책을 바꿔가며 읽을 정도의 애독가였다. 수술 후 경과가 기대만큼 안정적이지 않아 걱정이 깊어지던 차에, 아이는 다시 밝은 얼굴로 제중원서재에 찾았다. 퇴원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제중원서재를 둘러보는 짧은 시간에도 책을 반납하고 빌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방문했다. 시리즈물의 앞권을 반납하고 이어지는 책을 빌려가기도 했다. 사서와 자원봉사자는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새로 들어온 책을 안내했다. 지난번에 추천해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보호자의 말에는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헤어질 때 우리는 “다음에 보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 제중원서재에서는 “다음에는 최대한 늦게 보자”는 말로 그 인사를 대신한다. 병원이 아닌 더 넓은 세상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써 내려가기를 바라면서.

“ 작은 관심이
더 풍성한 서가를 만듭니다” 신민경 자원봉사자

현재 제중원서재에서 도서 반납함에 들어온 책을 정리하고 도서 대출 및 반납을 돕고 있습니다. 대한외래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쾌적하게 책을 읽으실 수 있도록 서가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예비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만큼이나 정서적 위로와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중원서재를 통해 어린 환아들에게 병원이 지루하고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즐거운 쉼터가 될 수 있어 기쁩니다.
다만 기증 도서에 더해 매년 새롭고 알찬 신간들을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도서 후원금이 조금 더 채워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앞으로도 제중원서재에 기부의 손길이 이어져 많은 분이 더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접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