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기적은 다섯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인
‘6,500만분의 1’이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지 않아요.
우리가 무사히 함께 지나온 모든 시간이 기적이죠.”
부부의 삶에 나침반이 된 한마디 가능성
2018년 결혼 후 김진수·서혜정 부부는 빨리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바람과 달리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인공수정 성공 소식이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온 이유다. 산부인과 진료를 처음 받던 날은 4~5개의 아기집이 마치 작은 우주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놀라움도 잠시, 병원에서는 조심스레 선택적 유산을 권했다. 다태아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섣부르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부부는 서울대학교병원 전종관 교수를 찾아갔다. 기쁨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부부에게 전종관 교수는 담담한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데, 누구 한 명을 포기한다면 미안하지 않을까요?”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는 그 한 마디는 부부의 이정표가 되었다. “다섯 아이 각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지켜주자” 라는 결심이었다. 현실은 물론 녹록지 않았다. 조산 위험이 컸던 탓에 서혜정 대위는 임신 22주 차에 자궁경부를 묶는 수술을 받았고, 그 뒤로도 집에서 꼬박 누워 지내야 했다. 남편 김진수 대위는 바쁜 군 생활 중에도 점심시간마다 집으로 달려와 아내의 식사를 챙기고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2021년 11월 18일, 임신 28주에 의료진 30여 명이 수술실에 모였다. 물 흐르듯 수술이 진행되던 공간에서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을 때, 부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게 태어나 단단하게 자라난 기적
올해로 여섯 살이 된 아이들은 이제 인큐베이터 안의 연약한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미소 천사 소현이와 돌격대장 수현이, 보조개 공주 서현이와 애교쟁이 이현이, 그리고 장난꾸러기 막내 재민이까지. 다섯 아이는 저마다의 크기와 빛깔로 부부의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손님이 오면 쪼르르 달려오는 수현이가 있는가 하면, 소현이는 엄마 옆으로 가 조용히 상황을 살핀다. 서현이가 머리핀을 고르며 단장하는 사이, 이현이는 소중한 인형들을 챙기며 인사를 시키겠다고 나선다. 재민이는 아빠 다리에 매달리며 제 존재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같은 날 태어났어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부는 생명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한다.
“우리가 말하는 기적은 다섯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인 ‘6,500만분의 1’이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지 않아요. 1kg 남짓한 작은 몸으로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사히 함께 지나온 모든 시간이 기적이죠.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고요.”
아이들의 이마가 아빠 허벅지에 닿을 만큼 자라기까지 의료진과 주변에서 보내온 관심과 사랑도 큰 힘이 됐다. 부부는 그 온기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 한다.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며 두려워하는 예비 부모들에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응원을 보내면서 말이다. 다섯 아이가 엄마 배 속에 둥지를 튼 날부터 시작된 기적은 시끌벅적한 일상 안에서 지금도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