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유미

사진. 이민수 79Studio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만난 순간

더솔라이브러리(대표 강경미)의 가죽 신발 브랜드 쿠에른은 가죽 본연의 멋을 살린 내추럴한 스타일과 편안한 착화감을 지닌 천연가죽 신발을 선보인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이 브랜드의 여정은 40년 전에 시작됐다. 강경미 후원인의 시아버지는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해 가죽 선정부터 라스트(신발 모형) 제작, 핸드 소잉까지 모든 과정에 완벽을 추구하면서 수십 년간 유럽 가죽신발 브랜드와 협업해 왔고, 그 경험과 기술을 이어받은 아들 부부가 독립적인 사업체를 설립해 쿠에른을 론칭한 것이다. 부부는 좋은 신발에 대한 열정에 더해, ‘우리도 나눠야겠다’라는 마음을 조금씩 담아갔다.
“시아버님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기부해오셨어요. 저희 부부에게 늘 ‘세금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하게 만든다면, 기부금은 그 시스템 중에서 소외되어 작동이 안 되는 부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라고 말씀하셨죠. ‘너희가 기부해도 돌아오는 게 없을 수 있지만, 이 시스템 안에 살고 있는 네 가족과 동료들에게는 언젠가 전해질 거다’라는 말씀도요.”
나눔의 방향이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하게 된 것은 강경미 후원인이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한 후다.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동 생활을 하면서 마주한 광경이 강경미 후원인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생하는 모습을 봤어요. 마침 병원 한쪽에서 코로나19 관련 사진전이 열리는 중이어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모습을 사진으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조성된 병동 지하공간에서 만난 아이들은 강경미 후원인의 마음을 시리게 했다. “저도 아들 셋을 키우는 엄마라서 링거를 꽂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제 아이처럼 느껴졌어요.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 쿠에른이 만든 가죽 신발이
고객의 일상에 가치를 더하는 것처럼,
쿠에른이 기부한 후원금이 질병으로 인해
일상을 벗어난 어려운 분들에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객과 한마음 한뜻으로 모은 후원금

팬데믹을 지나면서 강경미 후원인 부부는 ‘쿠에른 스크래치전’을 ‘쿠에른 바자’로 새롭게 기획해 2023년 2월 문을 열었다. 고객 12,000명이 참여한 바자의 수익 가운데 본원 발전기금 1억 원, 어린이환자 지원기금 1억 원 총 2억 원을 서울대학교병원 후원금으로 기부했다. 약 2년 뒤 열린 두 번째 바자에서도 수익 중 2억 원을 또 한 번 서울대학교병원에 기부했다.
“바자 수익금은 고객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마련한 돈입니다. 신발 판매로 모인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사실을 고객도 알고 구매하셨으니까요.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후원처를 신중하게 골라야 했고, 제가 입원했을 때 겪은 경험과 더해져 서울대학교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바자 행사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기획부터 실행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특히 쿠에른 직원들에게는 평소보다 업무 강도가 훨씬 높아지는 힘든 이벤트다. 전국 25개전국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판매 직원, 그리고 본사 및 물류 직원 모두가 모여 바자 행사를 준비하는데,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 모여 신발을 행사장으로 옮길 땐 겨울 추위까지 겹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자의 동력은 쿠에른 직원들입니다. 앞으로도 바자를 통해 후원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지만 직원들의 노고 없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바자의 의미를 직원들과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경미 후원인이 서울대학교병원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자리에 직원들 여럿과 동행한 것도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뿌듯함과 만족, 혹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을 직원들도 느낀다면 힘들지만 다시 해내고 싶은 마음의 동력이 일어날 테니 말이다.

쿠에른 바자는 계속된다

쿠에른은 별다른 광고나 스타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10년간 큰 성장을 일구었다. 강경미 후원인은 ‘편안함과 우아함의 공존’이라는 본질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그려가게 될까.
“현재 가장 큰 관심은 ‘글로벌’인 것 같습니다. 성수에 매장을 연 이후로 외국인 고객들이 많이 늘었어요.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좋은 신발을 사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죠. 국적도 아주 다양해요.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겠지만, 좋은 신발은 해외에서도통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죠.” 해외 쇼핑몰 등에서 입점 문의가 계속 오고 있지만 아직은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시장을 파악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다. 강경미 후원인은 앞으로 열릴 바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지금은 한국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바자를 찾는 외국인이 늘어날 텐데, 그들에게 쿠에른의 브랜드 철학과 바자의 의미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사회에 공헌하는 자리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어요. 구매하면서 뿌듯하고, 좋은 일에 동참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요.” 행사장 한쪽에 서울대학교병원에 후원한 내용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기획 단계부터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고민해볼 만한 아이디어는 없을까. 강경미 후원인은 벌써부터 다음 바자의 밑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쿠에른 바자는 편안하고 우아한 쿠에른의가죽 신발처럼 요란하지 않지만 명확하고 화려하지 않되 아름다워야 하기에.

“ 바자에 다녀간 고객들이 작성한 후기를 살펴보면
‘좋은 일에 동참한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았다.’
는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고객과 함께 마음을
모아서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이라
뿌듯함이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