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역사를 함께
서울대학교병원이 환자 곁을 지키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향해 걸어온 것은 후원인들의 뜨거운 지지 덕분이다. 이들의 성원은 분주했던 낮을 지나 진료실의 불이 꺼진 후나 새로운 하루를 맞기 전, 서울대학교병원 구성원들이 잰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왔다. 후원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믿음의 동행인 것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회는 후원인들이 보내온 마음이 꼭 필요한 곳으로 가 닿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미래 비전을 만드는 병원발전기금부터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치료비 지원, 난치병 연구, 환자들을 위한 진료환경개선 등의 사업을 펼쳐온 것이다.
10월 1일 열린 ‘2025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의 밤’은 이 모든 이들과 함께 감사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리셉션이 시작된 오후 5시 30분, 로비 한편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의 뿌리인 제중원 140주년 기념 전시가 후원인들을 반겼다. ‘제중원의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1885년 제중원 설립부터 오늘날 첨단 의학 연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병원이 걸어온 길을 한눈에 확인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역사적인 흑백 사진 앞에 선 후원인들의 얼굴에는 존경과 자부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140년 역사가 과거가 아닌, 현재로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2장 오늘을 함께
무대의 조명이 켜지며 행사의 본무대가 시작됐다. 오프닝은 안무가 제이블랙과 댄서 크루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막을 올렸다. 기계적 리듬과 인간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연은 서울대학교병원의 혁신과 미래 의료의 역동성을 상징하듯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어진 환영사에서 오병희 발전후원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가 의료의 중추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신 후원인 한 분 한 분께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은 “제중원 140주년을 맞이해 후원인과 함께할 수 있어 감회가 크다”라며 “의료서비스 전 주기의 혁신적 발전을 기대한다. AI를 비롯한 기술의 변화 속에서 후원인들의 성원이 서울대학교병원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묵직한 약속을 전했다.
“올해는 제중원 140주년, 어린이병원 40주년, 발전후원회 20주년이 겹치는 뜻깊은 해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병원이기에 국가적 책임감을 갖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140년은 더욱 견고히, 그리고 당면한 내일은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습니다.”
만찬이 이어지는 동안, 후원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병원 관계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잔잔한 음악과 와인 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웃음이 여기저기서 번져 나왔다.
오병희 발전후원회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안무가 제이블랙과 댄서 크루의 오프닝
“ 서울대학교병원은 국가적 책임감을 품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겠습니다.
140년의 세월을 견고히 쌓아온 것처럼,
다가올 내일 또한 믿음과 헌신으로 채워가겠습니다.”
3장 내일을 함께
만찬 후에는 병원의 미래 비전을 나누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과 최은화 어린이병원장이 직접 무대 중앙에 올라 후원인들의 질문에 답하며, 병원의 비전과 계획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지난해 의료 사태라는 위기 속에서도 후원인들의 신뢰와 응원이 병원 구성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든든한 뿌리가 되어준 연대와 후원의 가치를 강조했다. 최은화 어린이병원장은 후원에 힘입어 골수 이식에 성공한 어린이 환자의 이야기를 하며 감동을 전했다. “아이가 병원에서 돌잔치까지 하게 되었어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돌잔치에서는 축구공을 집었죠.” 이어 “어린이병원의 병실이 작고 낡았다”라는 의견에 “7인실을 없애고 병동을 리모델링해, 아이들과 가족이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축하공연도 특별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 가수 송가인이 차례로 등장했다. 서울대학교병원 후원회 홍보대사를 역임한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후원금과 재능 기부를 더해 서울대학교병원을 꾸준히 응원해 왔다. 두 사람은 이날 ‘축배의 노래’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가수 송가인은 트로트 메들리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구성진 노랫가락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화답했고, 행사장은 어느새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이날의 박수는 오래도록 멈추지 않았다. 140년의 세월 위에 쌓인 신뢰, 그리고 내일을 향한 다짐이 아름답게 교차한 밤이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미래 비전을 나누는 타운홀 미팅
최은화 어린이병원장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
가수 송가인
Mini Interview
예전부터 기부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러다 가족의 아픔을 겪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기부는 제 삶에서 꼭 해내야 할 일로 자리 잡았어요. 지난해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회에 첫 기부를 하게 됐고, 올해 8월 기준으로 누적 금액이 5억 원을 넘었어요. 금액보다 중요한 건, 제 마음이 의료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죠. 저는 모든 어린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그래서다음 기부는 어린이병원으로 이어갈 예정이에요. 기부는 받은 사랑을 나누는 일, 그리고 그 마음이 다시 누군가의 희망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함춘후원회’라는 이름도 없을 때였는데, 그저 소외된 아이들을 돕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보육원 보낼 돈이 없어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기부가 어느덧 제 삶의 일부가 되었네요. 기부 없는 삶은 이제 상상이 안 될 정도예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환해지니까요. 잘 되려고 기부를 한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기부를 시작한 뒤로 삶이 더 풍요로워졌어요.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즐거운 일에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후원회를 알게 됐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나라 최고 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의 어린이병원도 적자일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죠. 그 자리에서 바로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릴 적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자랐거든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적은 금액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 마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는 거창한 게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작은 손길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