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서 출발해 환자로 향하는 연구
양석훈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을 얼마나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해왔다. 흔히 관상동맥질환에서는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기준으로 치료 여부를 판단해왔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똑같이 혈관이 70% 협착된 환자라도 위험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병변이 생긴 위치나 혈관 상태, 개인의 건강에 따라 치료 선택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석훈 교수는 이 차이를 읽어내기 위해 영상 진단과 혈류생리학적 검사를 결합했다. 단순히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가가 아니라 그 병변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가를 파악하는 연구다. 그 결과 25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고 대규모 다국적 공동연구에 참여하며 심혈관 중재시술 분야 발전에 기여해왔다. ‘제17회 LG화학 미래의학자상’은 그 결실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인터벤션 분야 교수님들께서 오랜 시간 구축해 오신 연구 기반 덕분”이라고 말한다. 순환기내과 전체가 같은 방식으로 환자 데이터를 모으고 함께 추적 관찰해온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필요에서 출발해 연구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도 그 전통에서 비롯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건네는 “갑자기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연구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환자에게 향해야 한다는 것이 양석훈 교수가 수많은 스승들에게 배운 가르침이다.
A. 텔레컨퍼런스가 좀 길어져서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외부 산업체와 AI 기반 심전도 분석을 통한 허혈성 심질환 예측 연구와 관련한 기술적 세부 사항과 향후 임상 적용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거든요. 8시 30분부터 스텐트 시술이 있으니 그 전에 회진을 마쳐야 해서 서두르는 중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회진은 하루 두 번씩 꼭 하려고 하거든요. 아침에는 오늘 시술할 환자분들 상태를 확인하고 저녁 회진에서는 시술 받은 환자분들 예후를 살피죠. 시술하는 진료과인 만큼 전후를 직접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 네, 여섯 분 시술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일반적으로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환자분의 혈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혈관이 석회화되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넓어지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갈아내는 등 여러 복잡한 기법이 필요하니 한 분당 2시간 반에서 3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A. 그럼요. 저 혼자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없습니다. 여러 교수님, 전임의,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선생님들이 역할을 맡으시고, 복잡한 케이스일 때는 선배 교수님들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심장 혈관을 직접 다루는 시술이다 보니 정말 사소한 차이 하나로 뜻밖의 상황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런 순간을 직접 눈앞에서 보기 때문에 더욱 경계하게 됩니다. 100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실수가 훨씬 더 크게 남을 테니까요. 그러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팀 전체가 협력하는 게 당연합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시술 후 보호자분께서 궁금한 게 있다고하셔서 답변해 드렸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려고 하니, 말이 좀 길어지네요. ‘관상동맥’이라고 하면 용어는 익숙해도 뜻을 정확히 알기 힘드시니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이라고 표현하는 식이죠. 그러다 보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만, 보호자나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덜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요. 식사는… 외래 환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 일단 진료실로 가야 할 것 같아요.
A. 환자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흔히 있는 일입니다.저는 의사와 환자는 함께 치료 방향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걸어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제가 가진 의학적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 드리고, 환자분이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한 후 스스로 결정에 참여하실 수 있게 합니다. 저뿐 아니라 저희 진료과 교수님들께서 환자분들과 함께 모니터를 보시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어디가 좁아졌다가 넓어졌는지 직접 확인하면 훨씬 쉽게 이해하시니까요. 특히 심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흔히 ‘가슴이 아프다’라고 표현하시는데, 이 증상은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것이라서 잘 파악해야 해요.언제, 어떤 상황에서 가슴이 아픈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를 알아야 정말 심장 때문인지, 심장 문제라면 얼마나 위급한지를 판단할 수 있어요. 진료가 지연되면 다음 분들이 불만을 가지실 수도 있지만, 그분들도 경청하는 모습을 보시면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A. 가슴을 부여잡고 오신 30대 환자분이생각납니다. 처음에는 속이 안 좋아서 동네 병원에 갔다가 소화제 처방을 받으셨는데, 몇 달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아 결국 응급실로 오셨어요. 30대의 경우 심근경색을 의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검사 결과 혈관 중 하나가 90%나 막혀 있어서 스텐트 시술을 했더니 바로 좋아지셨어요. 이전까지 가슴 아픈 증상 때문에 퇴사까지 고려하셨다는데 시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셨고요. 이런 경우를 접할 때마다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환자분마다 상태가 다 다르니까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도 필수죠. 그래서 결국 ‘누구에게, 언제, 어떤 병변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A. 저녁 식사하고 오늘 시술 받은 분들 상태 확인하고 내일 시술 받을 분들 뵈러 가야죠. 그러고 나면연구실로 가서 논문 작업을 좀 하다가 집에 갈 것 같네요. 사실 연구는 해도해도 끝이 없습니다. 앞선 교수님들께서 다양한 성과를 쌓으셨지만 아직 해야 할 게 정말 많아요. 올해 만난 어르신 두 분 사례가 특히 그랬습니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신 90세 어르신께는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었는데 투석 이력이 있는 86세 어르신께는 약물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같은 고령 환자이고 같은 증상이라 해도 방침이 확연히 달라지는 거죠.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환자 개개인의 위험도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연구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동시에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에서 환자들을 위해 쌓아온 성과에 돌멩이라도 하나 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지키며 성장하는 의학자
양석훈 교수는 전공의 시절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가 심혈관 조영술과 중재시술로 회복되는 과정을 보며 순환기내과의 가치에 매료되었다. 특히 진료부터 시술 후 회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역동적인 면모는 피로마저 잊게 하는 동력이다.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는 규율과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진료와 교육은 물론이고 논문을 쓸 때도 환자나 다른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편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배워왔습니다. 선배 교수님들 스스로도 그런 잣대를 지키고 계시고요. 덕분에 해외 학회나 연구자들 사이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가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도록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관상동맥질환의 정밀 예측을 위한 중개연구를 수행해왔다. 영상 진단에서 얻은 병변의 형태학적 정보와 혈류생리학적 검사를 결합해 환자 개개인의 실제 위험도를 평가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형태학적·생리학적 정보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치료 전략의 중요성을 확인해왔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5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고, 여러 대규모 다국적 공동연구에 참여하며 심혈관 중재시술 분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17회 LG화학 미래의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도 영상·생리학·인공지능을 결합한 예측 기반 심혈관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