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Studio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조감도

‘전에 없던 병원’을 그리며 걸어온 길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착공은 시흥시의 필요와 서울대학교병원 비전이 정확히 만난 결과다. 시흥시의 인구는 50만 명이 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의료 유출률이 66%에 달한다. 암 등 난치성 질환 환자의 98%가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는 상황이며, 임신·출산 관련 유출율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이 일대 인구가 2020년 80만 명에서 2035년 10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남동국가산업단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어서 산업재해로 인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안전망도 절실하다.
이에 2019년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학교, 시흥시, ㈜배곧신도시지역특성화타운과 새로운 분원 설치에 대한 협약을 맺고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병원의 윤곽을 그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건설자재 가격 폭등으로 예산이 부족해졌고, 가까스로 총사업비를 증액받은 후에도 여전히 부족한 예산 탓에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현대건설 컨소시움이 이후 뜻하지 않은 의정사태로 병원재정이 직격탄을 맞으며 분원 설립의 당위성이 흔들리게 되자 시흥시에서 총사업비 중 10%를 지원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은 첫 삽을 뜨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외부 요인 탓만은 아니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교육, 연구 중심의 미래형 병원을 구상했기에 정부기관을 설득할 새로운 병원의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야 했고,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전체의 공감을 얻어야 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SNUH Synergy Platform

미래의료 클러스터를 세우다

미래병원으로서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의 청사진은 첨단의료기술이 개발 및 구현되는 병원, 시공간을 초월한 데이터 중심 병원이다.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안에 들어서게 되는데, 대학과 병원이 같은 캠퍼스에 있는 것은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역사상 최초 사례다. 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단장을 맡은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학문의 융합 측면에서 보면 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도보 10분 이내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대면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우연히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특별하다”라며 의의를 짚는다. 의학자와 각 분야 전문가가 캠퍼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융합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다는 기대다. 시흥캠퍼스 가까이에 조성 중인 AI·바이오 융복합 연구단지는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이 대학과 산업계, 연구소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최초인체적용 임상시험(First-in-Human study)이나 개념증명연구(Proof-of-Concept study)다. 이러한 초기 임상연구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법적·제도적 문제에 더해 산·학·연·병의 협업이 원활해야 하는 탓에 그동안 국내에서 활발하게 시행되지 못하였다.
“가끔 세계 뉴스를 보면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사지마비 환자가 움직인 사례 등이 보도되죠. 아직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다른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죠. 이러한 초기임상을 배곧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면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어의 역할을 넘어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했다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연구와 교육을 위한 공간이 병원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의 ‘교육’은 인턴이나 레지던트 대상의 진료 트레이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R&D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이나 산업계 전문가 교육을 뜻한다. 연구 현장이 곧 교육 현장이 되는 셈이다.

유연함과 혁신성으로 설계하는 새 병원 모델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는 신생병원’이라는 점에서 진료 역량에 대해 우려할 수 있지만, 배곧서울대학교병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사이언스를 이용해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의료 경험과 지식을 집대성해 이식한다면, 시간을 초월하여 젊지만 노련한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병원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혁신도 더할 예정이다.
진료조직과 공간계획도 기존의 진료과 중심에서 벗어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진료프로그램 중심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질환별 진료프로그램 중심으로 관련 의료진이 모여 센터를 구성해 최적의 팀을 항상 경쟁력 있게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공간을 초월해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내에서의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알찬 진료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료실과 병동도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운항 편에 따라 탑승구를 매일 바꾸듯 환자 수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진료공간을 배정해 공간 효율과 환자 편의를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도 돋보인다. 공공의료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은 ‘SNUH Synergy Platform’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의료기관 및 보건소와도 이를 공유한다. 지역사회 의료기관들은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의 검사실도 활용할 수 있다.
“보통 1차 병원에서 진료하다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할 때 3차 병원으로 옮깁니다. 하지만 시흥시나 인근 지역 1차 병원에서는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배곧서울대학교병원에 바로 검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1차 병원에서 꼭 필요할 경우에만 환자를 배곧서울대학교병원으로 보내고,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입장에서도 효율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어 환자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박철기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도약의 전환점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에 끼칠 영향은 더 크다. 앞서 언급한 SNUH Synergy Platform은 지역 의료기관 공유에 앞서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내부를 먼저 통합하는 플랫폼이다. 본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은 같은 의무기록 전산시스템을 사용해왔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진화하면서 사실상 별개의 병원처럼 작동해 왔다. 각자 쌓은 의학 지식이나 진료 경험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의 개원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새 병원을 지으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전산 프로그램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룹 내 병원들에도 함께 적용한다면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은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을 허브로 한몸처럼 움직이며 전체의 진료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다.
2029년 개원의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개원하는 첫 대형 병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에 단순히 적응하기보다는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병원으로 설계된 덕에 어떤 변화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병원이자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전체의 대표 미래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철기 교수는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의 지향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그동안 국내 의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이 우리 국민 전체가 세계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착공식… 미래형 스마트병원 첫걸음

2025.09.29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착공식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이 경기도 시흥시 부지에서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립에 들어갔다. 2019년 설립 협약 체결과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추진된 사업으로, 착공식에는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정부·지자체 관계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은 지하 1층~지상 12층, 연면적 111,492㎡, 800병상 규모로 건립되며 총사업비 약 5,872억 원이 투입된다. 상급종합병원의 조건에 부합하는 진료과를 모두 망라하고 다양한 특화진료센터를 운영해 중증·응급 환자 중심의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의료데이터를 AI·네트워크 시스템과 접목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인프라를 연계해 공공의료 협력 모델을 강화한다. 또한 인근 서울대학교 캠퍼스 및 바이오특화단지와 협업해 혁신 의료기술 개발·표준화를 추진하며, 자동화 모빌리티와 로봇 물류 시스템을 도입한 미래형 스마트병원 구현도 계획하고 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시흥시민의 숙원사업이 현실이 된 순간”이라며, 서울대학교·서울대학교병원과 협력해 병원 건립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시민과 국가가 체감할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은 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이 경기 서남권 필수의료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역량을 결집해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학·연·병·관이 집적된 광역 연계형 바이오클러스터를 통해 미래의학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바이오 연구·산업 성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병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박철기/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단장
(신경외과 교수)

건립 계획 발표 후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는데, 첫 삽을 뜨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외부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때로는 계획이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병원은 한 발 한 발 걸어왔습니다. ‘인간 중심의 혁신적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과 질병 관련 난제를 해결한다’는 새 병원의 미션, 미래의료 클러스터를 세우겠다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은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는 물론 AI· 바이오 융복합 연구단지가 조성 중입니다. ABC, 즉 AI(인공지능), Bio(바이오), Cultivation(문화)를 모토로 내건 시흥캠퍼스와 배곧서울대학교병원이 완성되면 대학의 AI·바이오 인재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겠죠. 그 결과로 병원·대학·산업계가 인공지능·바이오를 중심으로 진짜 제대로 된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 만큼, 2029년 개원까지는 다양한 기회와 크고 작은 위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약부터 착공까지 그랬듯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은 현명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의료를 선도하는 미래의료의 개척자’라는 비전을 되새기며 국내외 의료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우뚝 서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