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하영

사진. 황필주 79Studio

우리의 성과가 더 큰 의미를 갖는 순간

서울대학교병원 융합의학과는 의학과 공학 및 이학의 융합을 통해 미래 의학을 선도하기 위해 2020년 개설되었다. 이곳에서 한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했던 세 사람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각기 다른 전공 소속이다. 공영빈 연구원은 공과대학 바이오엔지니어링 석사과정을 마치고 의과대학 의료정보학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최대현 연구원은 의공학과에서 학부 전공을 하고 현재 의료정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연진 연구원은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으로 임상의학과에 재학 중이며, 병원에서 융합의학연수생으로도 근무하고 있다.융합의학과 공현중 교수의 지도 아래 한 팀이 된 이들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최의 ‘의료인공지능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연구 주제는 ‘파킨슨병 환자의 약물 투여 후 부작용 앰비언트 모니터링을 위한 생성형 AI 기반 비식별화 동작 분석 다이어리 시스템 개발’이다. 높은 경쟁률과 치열한 심사 과정을 뚫고 이들은 최우수상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150만 원의 상금을 나눠 가질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고민 끝에 다른 선택을 했다.
공영빈 연구원은 “융합의학과 지도교수님의 멘토링뿐만 아니라 융합의학기술원에서 제공받은 인프라 지원이 없었다면 이 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상금을 기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최대현 연구원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병원 1층의 기부자 벽을 보면서 연구자로서 언젠가 기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이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최연진 연구원에게도 이번 기부는 특별한 의미였다. “몇 년 전 융합의학기술원의 다른 행사에서 상금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상금의 출처가 기부금이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받은 혜택을 다시 좋은 곳에 돌려줄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왼쪽부터) 최연진 연구원, 공영빈 연구원, 최대현 연구원

“ 연구 성과가 기부를 통해
다시 병원과 사회로 환원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연구가 닿는 곳, 환자와 사회를 향해

세 연구원에게 이번 기부는 단순히 상금을 나눈 대신 택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환자를 바라보는 병원 현장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만큼, 연구의 성과가 결국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는 신념이 바탕에 있었다. 공영빈 연구원은 자신이 병원 내 기관에서 연구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기술은 결국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병원 안에서 임상의의 실제 요구를 접하고, 그에 관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융합의학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현 연구원은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직접 돌본다면, 연구자는 의료 현장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환자의 곁을 지키는 방식은 달라도, 그 끝은 결국 환자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최연진 연구원은 다양한 연구자가 한 공간에서 협력하는 융합의학과와 융합의학기술원의 특별한 환경을 강조했다. “여기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함께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곳이에요. 그 과정에서 얻는 시너지가 병원과 사회에 분명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사람은 서로의 말을 이어받으며, 연구자의 역할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기여로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의학과 공학의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융복합 연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환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부는 남을 위한 일이자,
결국 나 자신에게도 울림과 만족을 주는 행위입니다.”

기부의 작은 씨앗, 더 널리 퍼지기를

융합의학기술원과 융합의학과는 설립된 지 이제 5년, 본원에 비해 기부 문화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단계다. 그렇기에 세 연구원은 이번 기부가 더 큰 의미를 지니길 바란다. 성과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산물이며,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성과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연구실과 기관이 함께 만든 결과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최연진 연구원의 말에, 두 동료도 고개를 끄덕였다. 공영빈 연구원은 “연구 성과가 논문이나 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다시 기관과 사회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험은 특별했습니다”라며 이러한 선순환이 일련의 프로세스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대현 연구원은 “기부는 남을 돕는 일이자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깊은 만족과 울림을 주는 일”이라고 말하며, 기부가 병원과 융합의학과 내에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세 사람은 이번 선택을 통해 기부가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적은 금액일지라도, 그 의미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기부는 사회 속에 조용히 퍼져간다. 연구자들이 먼저 시작한 이 작은 씨앗이 병원 안팎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를 세 연구원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