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하영

사진. 황필주 79Studio

“소아중환자실은 깊은 밤에도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성민 /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저는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지 2년째 되는 간호사입니다. 근무는 3교대로 이루어지고, 한 달에 여섯 번에서 여덟 번 정도는 오늘처럼 야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야간 근무는 보통 밤 11시에 시작해 아침 7시 반에 끝납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환자 곁을 지키는 일이기에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소아중환자실은 어린이병원의 허브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마친 아이들이 회복을 위해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고, 병동에서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내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브릿지’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병동처럼 폐쇄된 구조가 아니라 의료진 모두가 서로의 환자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혼자서 하는 일보다 함께 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밤 시간의 병원은 낮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동하는 사람이 줄고 조용해지지만, 소아중환자실만큼은 언제든 긴급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에 결코 고요하지 않습니다. 심폐소생술(CPR) 상황도 적지 않고, 어린이병원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소아중환자실로 모이게 됩니다. 올해 1월 1일, 새해 첫날 야간 근무 중에도 심정지 상황이 있었는데, 무척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의료진이 신속히 대응해 환아가 결국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제게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습니다. 교대 근무로 인한 피로보다 더 힘든 건 오랜 기간 입원한 환자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지켜볼 때입니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이겨내곤 합니다. 반대로 오랜 치료 끝에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듯한 감동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응급 상황이 이어져 굉장히 힘들기도 했지만, 간호사로서 배운 것을 나누고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소아중환자실의 보호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하루 30분밖에 보지 못해 많이 불안하시겠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의료진은 늘 환아를 최선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저희를 믿고 안심하셨으면 합니다. 동료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든 부서이지만, 서로 돕고 배려하며 함께하는 덕분에 오늘도 버틸 수 있고, 이 자리를 지켜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