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이형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특화연구소 데이터혁신센터장)

글. 편집실

“미국의 공개 데이터셋 MIMIC이 수천 편의 논문을 낳으며
환자 진료와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듯, KHDP 역시 축적된 데이터가
활발히 분석될수록 한국인의 질환 패턴과 치료 방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동연구 플랫폼

서울대학교병원은 202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되며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 및 활용 분야의 국가 대표 기관이 되었다. 이후 안전한 연구망 안에서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고, 디지털 헬스데이터 플랫폼 ‘KHDP’를 개발했다.
KHDP는 ICT 규제샌드박스의 승인을 받아 국내 의료 데이터를 국제 공동연구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게 한 유일한 플랫폼이다. 임상현장에서 생성된 대규모 데이터를 가명·익명 처리한 후 클라우드 환경에서 안전하게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데이터 반출 없이 해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정밀의료,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연구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2024년 6월 ICT 규제샌드박스의 허가를 받은 후 7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1월부터는 KHDP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월 평균 접속 건수는 약 7,600건, 접속자 수는 3,300명이며, 총 36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검증 연구와 협력의 무대

KHDP 상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학 지식 발전과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한 다양한 검증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국제 데이터톤(Datathon, 협업형 분석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올해 4월 Duke University에서 개최된 데이터톤과 7월 SCCM(Society of Critical Care Medicine)과 함께 진행한 데이터톤은 플랫폼에 적재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차별 문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바이어스(데이터 불균형에 의한 AI의 편향) 문제 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10월에는 Korea Clinical Datathon을 통해 국내외 연구자들이 함께 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다. KHDP는 해외 기관의 데이터를 국내 연구진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TRE(Trusted Research Environment)의 역할도 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 분석이 기록되는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목적 외 활용 등 불법적인 사용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공동연구 기관과 데이터 제공 기관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 임상부터 AI까지

BIO USA 2025에서 서울대학교병원 특화연구소는 KHDP를 소개하기 위해 약 40개의 글로벌 연구소 및 기업들과 파트너링을 진행했다. 협력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신약 개발 등 임상 시험을 위한 사전 연구(Feasibility Study)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OMOP-CDM 포맷과 표준 용어집(LOINC, SNOMED-CT, ICD-10-CM)를 통해 데이터를 표준화해 글로벌 임상시험 설계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둘째는 인공지능(AI) 모델의 검증 및 미세 조정(Validation/Fine tuning)이다. KHDP 는 의료 영상, 생체신호(12-lead ECGs, continuous ECG, PPGs),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된 의료 기록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제공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을 지원하고, 모델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벤치마크 리포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확장과 혁신, KHDP의 다음 단계

앞으로 HKDP는 단순한 연구 도구를 넘어 한국 의료 환경과 글로벌 협력에 변화를 일으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미국의 공개 데이터셋 MIMIC이 수천 편의 논문을 낳으며 환자 진료와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듯, KHDP 역시 축적된 데이터가 활발히 분석될수록 한국인의 질환 패턴과 치료 방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와 신약 개발 스타트업의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며, 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KHDP는 데이터 규모를 확장하고,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국가의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다기관·다국가 연구 플랫폼으로 발전할 계획이다. 동시에 연구자와 기업이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BIO USA 2025’에서 KHDP 데이터 플랫폼을 선보인 특화연구소 데이터혁신센터 관계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