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의학의 맥박이 시작되는 곳,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보스턴에 자리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 setts General Hospital, 이하 MGH)을 둘러보다 보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 있다. 병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에테르돔(Ether Dome)’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고 둥근 돔형 천장과 계단식 관람석, 중앙에 놓인 원형 수술대다. 1821년부터 1867년까지 8,000건이 넘는 수술이 진행된 이 수술실에서, 가장 역사적인 장면은 1846년 10월 16일에 펼쳐졌다. 치과의사 윌리엄 T. G. 모턴이 세계 최초로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를 시연했고, 존 콜린스 워렌 교수는 환자 에드워드 길버트 애보트의 목 종양을 제거했다. 수술 직후 워렌 교수가 외친 “Gentlemen, this is no humbug(신사 여러분, 이건 사기가 아닙니다)”라는 말은 의학사에 길이 남는 선언으로 기록되었다. 이 ‘고통 없는 수술’의 성공은 이후 마취 기술의 발전은 물론, 근대 외과 의학의 문을 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811년 설립된 MGH는 그 이후로도 수많은 ‘최초’를 써 내려왔다. 1864년에는 미국 최초의 병원 기반 간호학교를 설립했고, 1884년에는 무균 수술실을 개관했으며, 1896년에는 병원 최초로 X선 촬영에 성공했다. 1905년에는 미국 병원 최초로 의료 사회사업부를 설치했고, 1914년에는 심전도(EKG)를 도입하며 진단 영역을 확장했다. 1942년 ‘코코넛 그루브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 당시에는 화상 치료법의 현대화를 이끌었고, 페니실린의 대규모 활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1962년에는 세계 최초로 팔 재접합 수술에 성공하며 외과 수술의 경계를 넓혔다.
이처럼 인류 의학사의 변곡점마다 모습을 드러낸 MGH의 발자취는 단지 한 병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하버드의과대학과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임상과 연구를 연결하는 정교한 연계 시스템이 든든한 토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MGH는 의학과 과학, 산업과 학계를 잇는 협력의 장이다.
다양한 파트너십 속에서 끊임없이 경계를 확장하며,
미래 의학의 길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하버드의과대학의 든든한 테스트베드
MGH는 하버드의과대학의 최대 협력 병원이자 실질적인 부속병원으로 기능한다. 두 기관의 관계는 단순한 인력 교류를 넘어선다. 진료 현장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을 연구실로 가져가 과학적 해법을 모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임상으로 되돌려 치료법으로 구현하는 ‘Bench to Bedside, Bedside to Bench’ 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MGH는 병원 내에 ‘임상 및 중개 연구센터(TCRC)’를 두고, 의사와 과학자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연구가 시작되고, 연구실에서 치료법이 완성되는’ 하버드식 혁신 모델은 MGH를 중심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단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의학자, 생명과학자, 공학자, 기업가가 함께 치료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테르미어 센터(Termeer Center)’, 하버드의 중개 의학 플랫폼 ‘HiTS(Harvard Initiative for Therapeutic Sciences)’, 학계·산업계·병원이 협력하는 ‘롱펠로프로젝트(Longfellow Project)’ 등 다양한 장치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는 환자의 생생한 데이터를 과학적 설계로 전환하고,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로 빠르게 연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버드의과대학 교수진이 직접 포진해 있는 MGH는 차세대 보건의료 리더 양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교수진과 의료진은 최신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이를 교육의 기회로도 적극 활용한다.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치고, 자신의 임상적 판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끊임없이 학습한다. 학습자들 또한 기존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고도화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은 진료, 연구,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곳에서 미래 의료를 설계하는 주체로 성장해 간다. 이처럼 MGH는 단순한 병원을 넘어, 의료 혁신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현하는 중추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의료의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MGH는 임상과 연구의 최전선을 잇는 살아 있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미국 최대 규모의 병원 기반 연구기관인 MGH는 2021년 기준 연간 12억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운용하고 있는 병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 분야는 유전체 분석, 면역학, 정밀의학, 인공장기, 광의학, 신경과학 등으로 다양하며, 소속된 30여 개의 연구센터는 하버드의과대학을 비롯해 MIT, 브로드 연구소 등 보스턴 과학 클러스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인 연구센터로는 영상의학과 뇌·심장·암을 연구하는 Martinos Center, PET 기반 영상 장비를 개발하고 임상 응용을 연구하는 Gordon Center for Medical Imaging, 하버드·MIT·MGH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면역·백신 연구기관 Ragon Institute, 재활의학 훈련 병원인 Spaulding Rehabilitation Hospital, 정신의학과 유전체학을 연구하는 Stanley Center at Broad Institute 등이 있다. 특히 Ragon Institute는 HIV/AIDS 백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되어 감염병 대응과 백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MGH의 네트워킹은 미국 내나 의료산업 종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버드의과대학과 MGH는 의학, 생명과학, 공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제 병원과의 MOU는 물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십에도 과감히 투자해 왔다. 이런 글로벌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대학교병원과의 공동연구다.서울대학교병원은 하버드의과대학 부속병원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암병원은 2012년부터 MGH와 화상회의를 통한 환자 치료 자문 교환, 분자표적치료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서울대학교병원 글로벌 R&D 허브 센터(보스턴오피스)’를 개소하고, 하버드의과대학·MIT 등과의 공동연구과제 발굴 및 기획·관리, 국내 유망 기술의 사업화 전략 수립 및 현지 투자 유치 연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처럼 지속 가능한 협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단순한 연구 참여자를 넘어, 혁신의 공동 설계자로서 세계 의료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고 있다. 국경을 넘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흐름 속에서, ‘의료의 다음’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연구 생태계의 도전과 연대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 설립 연도 1811년
- 위치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중심, 웨스트엔드 지역에 위치
- 병상 수 약 1,000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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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력
11,900 명
의사 약 2,400명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