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국제화, 의료의 새로운 비전이 되다
한국에서 병원의 국제사업은 종종 ‘이윤 추구’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저수가 구조로 인해 첨단 의료 기술 도입, 진료 환경 개선, 연구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큰 국내 상황에서 국제 진료와 국제사업은 병원이 글로벌 기준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 의료의 강점을 살린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병원의 국제사업은 단순히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단계를 넘어, 국제 보건의료 협력의 실질적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SKSH) 위탁운영 사업을 통해 한국 의료진은 진료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일부 의료진은 독립적으로 중동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의료 인재의 글로벌화를 이끈 계기였다.
또한 국제 사업은 국내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젊은 의사들이 해외라는 무대에서 경로와 비전을 발견한다면, 한국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박찬호와 손흥민이 새로운 세대에게 꿈을 심어주었듯, 의료 분야에서도 ‘글로벌’이라는 무대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의료는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물 수 없다. 국제 연대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세계 속에서 한국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다.
현지 의료 시스템 개선까지, 실질적 기여의 사례
서울대학교병원의 국제사업은 단순한 병원 운영을 넘어, 현지 의료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라오스 국립의과대학병원 설립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한국 정부의 해외 원조사업 일환으로,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라오스는 유일한 국립의과대학에 부속 병원이 없어, 의대생들이 여러 병원에 나누어 실습을 받는 구조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표준화된 공공의료 교육과 진료 환경이 마련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지난 10여 년간 개발도상국의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과거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 교육의 선진화를 이루었던 한국과 서울대학교병원이, 이제는 수혜자에서 시혜자로 전환되어 국제보건의료에 이바지 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이다.
현재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서울대학교병원에 협력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동을 넘어 미주 지역까지 새로운 전략적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병원 확장이 아니라, 한국 의료의 본질적 경쟁력과 공공의료 철학을 세계와 나누는 장기적 목표이다.
한국 의료의 미래 글로벌 전략
앞으로의 의료는 ‘치료 중심’에서 ‘예측과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의료는 풍부한 임상 경험, 통합적 진료 체계, 디지털 기술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독창적인 보건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을 자산을 지니고 있다.서울대학교병원은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정밀의료, AI 기반 헬스케어, 글로벌 임상연구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더불어, 단방향적 의료 지원을 넘어 상호 학습과 협력이 가능한 국제연대의 구조 속에서, 한국 의료의 철학과 역량을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국제 연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미래 의학을 준비하는 가장 전략적인 길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앞으로도 한국 의료가 세계 속에서 책임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제사업의 교두보 역할을 성실히 이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