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하영

사진. 황필주 79Studio

관상동맥우회술 후 혈당 조절,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다

곽수헌 교수 연구팀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손희준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황호영·손석호 교수)
  • 『당뇨병, 비만 및 대사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게재

  • 2024

    임상 연구 종료 및 결과 분석, 논문 작성

  • 2023

    CGM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시범 적용 및 임상 연구 진행

  • 2022

    한정식 환자 가족의 후원으로 내분비대사내과 연구기금 기탁, 관상동맥우회술 환자 대상 연속혈당측정(CGM) 연구 계획 수립 및 설계

‘당뇨병 환자 대상 연속혈당측정기 기반
혈당 조절 임상 연구’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받은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수술 전후 혈당 조절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술 후 회복기에 혈당 변동성이 매우 크고, 기존의 정기적 측정 방식만으로는 혈당의 급격한 변화 상황을 실시간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보다 정밀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혈당 관리를 주도하는 내분비대사내과와 수술을 담당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가 협력해 연속혈당측정기(CGM)의 유용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CGM 기술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결합해 의료진이 병실을 방문하지 않고도 환자의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CGM은 5분 간격으로 피하 간질액 포도당 농도를 측정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혈당 변화 경향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으며, 단순한 수치뿐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속도까지 고려한 맞춤형 인슐린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환자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혈당 수치를 직접 확인하며 자발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 있었고, 고혈당이나 저혈당이 예측될 경우 경고 알람 시스템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적용 결과, CGM을 사용한 시험군은 목표 혈당 범위(Time in Range)를 더 오래 유지하고 평균 혈당도 더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반면, 저혈당 발생 빈도는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혈당 조절의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적극적이고 세밀한 혈당 조절로 환자 생존율 향상

관상동맥우회술을 받는 환자들은 기저질환으로 당뇨가 있는 경우가 많고, 수술 상처 감염 위험성도 높은 환자군이므로 수술 후 혈당 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원격 모니터링 기반의 혈당 관리는 환자를 밀착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한 외과의들도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하며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혈당 관리를 체계화, 표준화하면 의료진의 잦은 개입 없이도 최적의 혈당 관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다양한 외과적 상황에서 활용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심혈관수술 환자 관리에 있어 혈당 관리 외에도 부정맥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해질 수치 모니터링, 콩팥 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모니터링 등에 디지털 모니터링 방식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번 연구가 향후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통해 실제 합병증 발생률 및 사망률 개선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심장혈관흉부외과 황호영 교수

교모세포종 재발 기원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주호 교수 연구팀(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주호 교수, 리슈에 박사)
  • 국제학술지 『분자암(Molecular Cancer)』 게재

  • 2023

    CXCR4 발현 억제를 통한 종양 재발 억제 가능성 확인

  • 2021

    이중형광 마우스 개발 (마우스 모델에 신경줄기세포와 종양세포를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지해 종양의 기원을 추적)

  • 2018

    교모세포종의 발생 기원이 뇌실하지역 신경줄기세포임을 확인하여 Nature에 논문 게재

  • 2018

    초발, 재발암에 대한 샘플 수집 및 유전적 계통 관계 분석 시작

‘교모세포종 재발 원인 규명, 신경줄기세포 기전 발견’

대표적인 악성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해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재발하며, 평균 생존 기간은 약 1~2년으로 매우 짧습니다.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으로는 교모세포종의 재발 예방에 한계가 있기에 재발 기전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시급했습니다.
저희 연구는 이러한 재발 원인이 단순히 잔존암 조직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에 재발암은 초발암의 일부가 남아 자라난 결과로 이해되어 왔으나, 일부 선행 연구들에서 재발암과 초발암 간의 유전적 변이 상태가 크게 달라 유전 특징의 승계가 단절된 사례가 절반가량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이에 주목한 것입니다.
특히 뇌의 가장 깊은 곳인 뇌실하지역(Subventricular Zone)에 존재하는 신경줄기세포가 성인에서도 분열 능력을 유지하며, 암 발생의 기원이 될 수 있다는 선행 연구에 기반해 재발의 원인도 이 지역에 잔존하는 암기원 세포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뇌실하지역을 포함한 유전체 계통 분석 결과, 재발암의 약 절반이 초발암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른 계통에 속하고, 뇌실하지역의 신경줄기세포와는 유전적으로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재발암이 뇌 깊숙한 곳에서 독립적으로 새로 구성된 암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동물 모델을 통해 수술 후 신경줄기세포가 재발 부위로 이동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CXCR4*/CXCL12** 경로가 신경줄기세포의 이동을 유도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 손상 부위의 재생을 위해 이동한 뇌 깊은 곳의 신경줄기세포가 암 세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로를 차단하면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60~70%까지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 재발에 대한 기존 개념을 전환시키는 성과로, 향후 CXCR4 억제제를 활용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로의 확장을 계획 중입니다. 또한, 줄기세포의 암 진화 억제를 위한 미세환경과의 상호작용 조절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CXCR4: 뇌실하지역 신경줄기세포가 가진 수용체로, CXCL12에 민감하게 반응 ** CXCL12: 수술 후 절제 부위에서 분비되는 여러 회복 관련 신호 중 하나인 단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