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하영

사진. 황필주 79Studio

간이식 분야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다

홍석균 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에 관한 연구로 세계 이식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의학자다. 고난도 수술인 기증자 간절제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개복 수술로 진행됐지만,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은 전체 중 90% 이상을 순수 복강경 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작은 절개와 복강경 기구만으로 간을 적출하는 이 방식은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환자와 기증자의 만족도가 높다. 홍석균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은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이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는 데 이바지했다. 홍 교수는 올해 3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도 대한이식학회 학술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세계 간이식의 발전에 기여한 젊은 의학자에게 수여되는 세계간이식학회(ILTS) ‘라이징 스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홍 교수는 이 같은 결실에 대해 “30년 이상 이어져 온 선배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간이식팀의 팀워크 덕분”이라며 그의 멘토이자 스승인 서경석 명예교수 및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에게 공을 돌렸다. 그의 말대로, 서울대학교병원은 19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 간이식에 성공한 이래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으로 간이식 분야의 굵직한 역사를 써왔다. 홍석균 교수 역시 선배들의 발자취를 이어 인류 건강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고자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Q. 매일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근하시나요?

A. 오늘처럼 7시부터 회의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이 시간에 출근합니다. 가방이 꼭 필요한 날이 아니면 이렇게 가볍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매일 외과 회의, 팀 회의, 의대 관련 회의 등 다양한 회의가 있는데, 수술 전이 아니면 다 같이 모이기 힘들기 때문에 아침 7시에 회의를 시작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저희 팀은 8시 반 정도에 함께 회진을 돕니다. 회진 후에는 각자 외래진료를 하거나 수술에 들어가죠.

Q.오늘은 어떤 회의로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A. 수요일에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Surgical Grand Round(외과 대집담회)’가 있습니다. 외과 전체 교수, 전공의, 전임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세션입니다. 도움이 될 만한 주제로 외부 강연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내부 교수님이 발표하시는 시간이죠. 매주 같은 시간에 외과의 모든 분과 선생님들이 다 같이 모인다는 의미도 큽니다.

Q. 학생들이 굉장히 열심히 수업을 듣던데, 어떤 수업이었나요?

A. 임상의학 입문이라고 해서, 의대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외과 요약 강의였습니다. 최근 의정 사태 때문에 1, 2년 정도 강의가 멈춰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재개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늘 그렇듯 열심히 듣습니다. 오늘은 요약 강의이다 보니 국시에 나올 만한 내용들 위주로 포인트를 짚어주는 짧은 수업이었습니다.

Q. 회의가 꽤 길어졌네요. 어떤 논의들이 있었나요?

A. 팀 내 연구 관련 랩미팅으로, 교수, 펠로우, PA, 연구원 등 20명 정도가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베이직 리서치라고 해서, 기초 연구에 관한 내용을 서로 주고받았고요, 환자들 회진에 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학생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또, 지금은 전공의가 없으니 향후 전임의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면 현재 시스템을 잘 유지하면서 전임의들에게 역할을 주고,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이같이 임상 스태프끼리 공유해야 하는 다양한 사항들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습니다.

Q.이식 수술에는 보통 몇 명의 인원이 함께하나요?

A. 이식 수술은 팀이 거의 다 같이 진행합니다. 간을떼는 작업을 하는 수술자가 있고, 기증자를 수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중간에 벤치 수술을 하는 사람도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집도의가 계속 바뀌고, 어시스턴트는 보통 3~4명이 함께합니다. 펠로우나 전공의도 같이 들어가고요. 분업화가 잘 되어 있죠. 또, 간이식이 워낙 큰 수술인 데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여러 과와의 협업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학제 집담회’라고 하죠. 수술 전후 내과적 관리와 담도 내시경을 위해 소화기내과와 협업하기도 하고, 혈관 및 담도에 대한 중재적 시술을 위해 영상의학과와 협업하기도 합니다. 간이식 후에는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해서 감염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내과와도 협업해야 하고, 간암의 병리학적 진단, 지방간 여부 평가, 이식 후 거부반응 확인 등과 관련해 병리과와도 협업합니다.

Q. 오늘은 회의가 특히 많으셨던 것 같은데, 다른날의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A. 간이식팀은 주기적으로 월요일과 금요일에 이식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제 수술은 다른 요일에 하고요. 물론 응급 간이식 수술이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나뉘는데, 보통 뇌사자 간이식이 응급 수술이 많습니다. 뇌사자가 언제 발생할지, 그분이 뇌사 기증을 할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보통 반나절에서 하루 전에 응급 수술이 잡힙니다.

Q.환자들을 만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예전에, 저로서는 정말 최선을다했지만 안타깝게 돌아가신 환자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 환자의 보호자분이 일부러 외래를 잡아서 저를 찾아오셨더라고요.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 다시 왔다는 그 분 말씀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 정말 속상하면서도 감사하고, 무척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Q. 교수님께서는 외과 중에서도 간담췌외과를 택하신 이유가있으신가요?

A. 고난도 수술을 통해 생사를 가르는순간을 다루는 간담췌외과야말로 ‘외과의 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든 만큼 스스로 느끼는 보람도 크고요. 아직 팀을 정하기 전인 외과 전공의 시절, 한 수술장에서 피가 바닥에 흥건하고, 심장 압박이 들어가고, 의료진이 모두 분주히 움직이며 온 힘을 쏟아붓던 긴박한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환자가 1~2주 뒤 멀쩡히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이렇게 극적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면 힘들어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간담췌외과, 특히 간이식 분야에 매력을 느껴 이곳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Q. 하지만 어렵고 힘든 수술을 다루는 만큼 심리적 부담도 크실 것 같습니다.

A. 어차피 모든 과가 힘든 건 마찬가지니까, 육체적으로 힘든 건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는 편입니다. 다만 소아 간이식 같은 경우는 심리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아 간이식을 담당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기 때문에 애정과 책임을 갖고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소아 간이식 환자 덕분에 정말 뿌듯했던 일도 있었는데요. 홍 씨 성을 가진 아이가 “저도 선생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며 본인도 이름을 ‘홍석균’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참 보람차고, 힘든 것도 잠시 잊게 됩니다.

Q. 바쁘고 예측불가한 일상 틈틈이 연구도 지속하고 계시는데요, 앞으로의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노벨생리의학상을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세포암에 큰 관심을 두고 관련 연구들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쪽으로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간세포암 때문에 간이식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 외에도 저의 스승님의 뒤를 이어 영장류 관련 연구들도 하고 있습니다. 영장류 실험을 통해 합병증이 적고 효과가 좋은 새로운 면역 억제제를 개발하는 연구입니다.간이식 관련해서는 저희 스승님을 비롯해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님들이 최초로 시행하신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좀 더 도전적인 연구들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하루 속 놓지 않는 사람의 온기

홍석균 교수가 늦은 수술을 마치고 회식 겸 회의까지 끝내고 나면 자정을 넘기는 일은 예사다. 바쁘고 치열하게 흘러 가는 일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답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 매일 밤늦게 퇴근해 자는 모습만 보다 보니, 누가 “아이 얼마나 컸냐”고 물으면 가로로 양팔을 벌려 “한 요만한가?” 하고 누운 키를 설명했다는 홍 교수. 그러다 최근 가족과 다 함께 연수를 다녀오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어릴 때는 딸아이가 가족 그림에 저를 빼고 3명만 그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본인 옆에 저를 큼지막하게 그려줍니다. 연수를 다녀오고 얻은 또 하나의 큰 결실이죠.” 홍석균 교수는 가족에게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후배와 학생들에게 모두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실력과 업적만으로 인정받는 의사를 넘어, 주변을 따뜻하게 살필 줄 아는 의사. 그렇게 그는 수술과 연구로 바쁜 날들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잊지 않는 의사로 남고자 한다.

홍석균 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간이식과 간절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며, 특히 간이식 분야의 수술법 발전과 환자 예후 개선에 기여해왔다.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과 기존 개복 수술을 비교한 연구를 통해 고난도의 복강경 간절제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생체 간이식 수술의 국제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전장유전체를 분석해 간암의 기전을 밝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이식학회 학술상 대상과 세계간이식학회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과 함께 글로벌 간이식 연구 네트워크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도 생체 간이식의 안전성과 기증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학술·임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