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놀이, 관계로 자라는 아이들

중증·희귀·난치 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 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다. 질병으로 인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퇴원 중에도 외출은커녕 학교에 가는 일조차 어려운 아이들의 삶은 병원 중심으로 재편된다. 아이를 돌보는 가족도 마찬가지다. 간병과 생계를 동시에 짊어진 채 진료와 대기, 검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충전할 겨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병원 생활이 일상이 되는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은 치료 외의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이 2015년 4월, 꿈틀꽃씨 쉼터(이하 쉼터)의 문을 연 것도 그 때문이다. 천정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통합케어센터장은 “소아청소년 친구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이자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기를, 보호자분들께는 잠깐 쉬어가는 휴식터이자 위로가 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말로 쉼터의 지향을 설명한다. 쉼터 프로그램이 단순한 활동이 아닌 관계 맺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먼저, 외래 대기시간이나 병동 생활이 길어진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짝을 이뤄 활동하는 1:1 자원봉사자 연결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장난감을 조립하는 등 간단한 놀이 활동을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집단 프로그램은 질환과 연령, 보호자의 상황을 고려해 구성된다. 음악치료, 동화구연, 컬러링, 비누공방, 과학체험 등 아이들 대상의 프로그램 사이, 보호자를 위한 활동도 마련했다. 보호자가 심리적 피로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산책’, 신생아중환자실(NICU) 보호자를 위한 '마음보듬' 등이다. 다만 쉼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감염에 취약한 아이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1회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프로그램 사이에는 공간 소독과 정리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모아 만든 10년

지난 4월, 쉼터는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쉼터를 이용한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월평균 약 488명, 10년 사이 쉼터를 거쳐간 환자 수는 4천 명이 넘는다. 여기에 보호자의 수를 더하면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이곳을 이용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진료와 투병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짧은 활동이 일상을 회복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온 10년이었다.
그 와중에도 쉼터 운영진은 언제나 새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치료받는 아이도 자란다’는 사실에 더해 ‘아이들은 언제나 친구와 놀이를 원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기반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묻고 또 물었다. 신생아중환자실 보호자 대상 심리지원 프로그램 운영, 청소년 전용 공간 신설, 2023년 리모델링 등은 끊임없는 질문과 고민의 결과다. 덕분에 보호자들은 ‘까마득한 어둠 속 한 줄기 빛’, ‘유일하게 웃을 수 있었던 공간’이라며 쉼터에 감사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공간과 인력이 부족해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 예산의 한계로 다양하고 안정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병원 속 쉼터의 필요성에 대한 제도적 인식과 공감이 낮은 데서 비롯하는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틀꽃씨 쉼터는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치료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병원 안에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평범한 삶 가까이로 다가서게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꿈틀 꿈틀 꿈을 담은 친구들의 씨앗이 움터 각자만의 꽃으로 피워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꿈틀꽃씨 직원들의 바람과 다짐이 더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공감과 응원, 지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병원에서 조심스러웠던 첫 발걸음이, 어느새 일주일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마음을 열어줄 때, 제가 줄 수 있는 건 진심뿐이었고 그 진심이 오히려 저를 자라게 했습니다.” 나누미 봉사단

“꿈을 담은 씨앗을 함께 심어주세요”

꿈틀꽃씨는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팀으로 정기 혹은 일시 후원된 기금과 물품을 차곡차곡 모아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QR코드로, 물품 후원이나 프로그램 재능기부에 뜻이 있으신 분은 꿈틀꽃씨 쉼터로 전화해 주세요!

꿈틀꽃씨 쉼터
02-2072-3523
정기 및 일시 후원 사이트

쉼터 가족들의 10주년 축하 메시지

“항암 치료로 입맛 잃었던 아이가 선생님과 비누 만들며 웃었어요. 치료보다 먼저, 아이가 자기다운 표정을 되찾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소도 빌려 쓰고, 생명 유지 장치 충전과 시원하게 석션도 할 수 있었어요. 병원에서 힘들 때마다 손 내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채혈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씩씩하게 검사에 참여해요. 그리고는 장난감 쉼터에 신나게 달려갑니다. 병원이 무섭지 않고 기차 타고 여행 가듯 설레는 곳이 되었습니다.”

“병실로 찾아와 주셔서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힘든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어요. 긴 투병 기간을 견디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