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의 수술 여정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은 2023년 10월 정식 출범한 병원장 직속의 수술 운영·관리 조직이다. 한정된 수술실과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22년 수술미래계획TF가 먼저 구성됐다. 이때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해 수술관리실이 본격적인 관리 체계를 갖췄고, 현재까지 그 목적에 맞게 운영돼 오고 있다.수술관리실은 수술실의 흐름을 총괄하며 정밀하게 조율함으로써 환자의 안전한 수술 여정을 책임진다. 격렬한 수술 현장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동하며, 병원의 의료 역량이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수술관리실은 단순히 스케줄을 관리하는 부서를 넘어, 병원의 수술 역량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한다.
구체적으로는 진료과별 합리적인 수술실 배정부터 장비와 병상, 인력 등 가용 자원을 고려한 최적의 수술 일정 조정까지 폭넓은 역할을 수행한다. 긴급 수술 발생 시에도 신속하게 대응해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도록 운영 전반을 실시간으로 조율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이 효율성과 합리성보다 더 우선에 둔 가치는 ‘환자 중심의 수술실’이다. 가장 긴장되고 간절한 순간을 마주한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불안을 덜고 안전과 신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수술관리실 운영의 중요한 기준이자 지향점이다.
곽철 수술관리실장(비뇨의학과 교수)은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시 떠날 때까지 의료진은 단 한 순간도 환자를 놓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수술실은 단순한 의료공간을 넘어 환자의 삶을 되찾아주는 치유의 공간입니다”라고 말한다.

정밀하게 협력하는 의료 오케스트라
수술실은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다. 집도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지원 인력 등 수술 1건이 이뤄지기까지는 수십 명의 협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수술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는 준비부터 복잡한 응급 대응까지 매 순간 역할이 정교하게 나뉜다. 환자 이동, 수술 기구 준비, 마취 관리, 수술 진행, 수술실 청소 등 수많은 과정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수술관리실은 이 복잡한 조화를 총괄하고 조율하는 지휘자이자, 때로는 연주자로서 세밀한 운영까지 담당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각 진료과 위원이 참여하는 수술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해 수술실 운영의 개선과 중장기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조직은 크게 수술운영팀과 수술지원팀으로 나뉘며, 각 구역 수간호사 및 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한다. 특히 전공의·전임의 부재 상황과 같은 변수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술실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조직력과 협업 체계 덕분이다.
이처럼 수술관리실은 단지 행정적 기능을 넘어, 환자 안전을 중심에 두고 다분야 협력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이자, 병원 내 가장 정밀한 ‘의료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다.

환자의 경험을 바꾸는 수술실의 첨단화
서울대학교병원 수술실은 올해 4월 큰 변화를 맞았다. 6년에 걸친 새 단장을 마치면서 규모는 대폭 확장하고, 한층 진화된 최첨단 수술 환경을 구축했다. 리모델링의 방향은 분명했다. 환자에게는 더 빠르고 안전한 회복을, 의료진에게는 집중력을 극대화할 진료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는 곧, 서울대학교병원이 지향하는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중심의 진료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본관 수술장을 기존 31개에서 41개로 증설하면서 음압 수술실 2실, 하이브리드 수술실 1실, 로봇 수술실 6실이 갖춰졌다. 소아 수술실은 기존 10개실에서 11개실로 늘리고, 그중 1실은 로봇 수술실로 구성했다.
새로 도입된 하이브리드 수술실, 스마트 수술실, SP(Single Port) 로봇 수술실, HUGO RAS(Robotic–Assisted Surgery) 로봇 수술실은 의료의 질과 환자의 경험에 혁신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자의 30억 원 후원으로 마련된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진단과 치료, 수술, 영상 촬영 등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복합 수술실이다. 이를 통해 고위험 환자에게 비침습적 시술과 수술을 안전하게 제공하며, 다학제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고난도 복합 질환에 대한 정밀하고 통합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모든 수술실은 스마트 수술실로 설계되어, 의료기기 설정을 미리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프리셋 기능을 도입해 맞춤형 수술 환경을 제공하고 수술 준비 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펜던트 시스템을 통해 전선과 튜브를 없애고 가스 및 전기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해 환자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SP 단일공 수술실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흉터를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공간의 변화와 시설의 첨단화는 수술이라는 의료 행위의 품질을 향상하고, 환자의 회복을 앞당긴다. 곽철 수술관리실장(비뇨의학과 교수)은 “이번에 도입된 첨단 수술실은 궁극적으로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위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끝없는 도전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정교하게 관리하고, 따뜻하게 살피다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은 수술실의 첨단화 외에도 환자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수술 환경 개선을 주도해 오고 있다. 먼저, 수술실 운영 효율화를 위해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담당하던 수술 스케줄을 전담 스케줄 매니저를 통해 관리하도록 개선한 것이 큰 변화다.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더욱 정교한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실시간 데이터를 시각화한 수술마취현황판 대시보드를 통해 수술실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도의별, 수술명별 평균 예상 소요 시간을 산출해 수술 일정 관리의 정확성을 높였다. 수술실 재고관리시스템과 CCDS(Case Cart Delivery System)*를 도입해 수술 안전성을 극대화했으며, QR코드를 이용한 청소호출시스템을 구축해 수술 전 청소로 인한 수술 지연을 개선했다.
이 같은 시스템 개선의 결과로 수술 간 ToT(Turnover Time)**를 약 12% 줄이고 수술실 가동률을 향상했으며, 응급 상황에서 더 빠른 수술실 배정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대기 시간이 줄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수술장의 모든 구역은 청결홀형으로 설계됐다. 환자, 의료진, 물류 공급 동선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감염 관리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또한, 세척 및 멸균 공정의 중앙화로 일관된 멸균 품질을 보장하고, 표준화된 멸균 및 세척 절차를 도입하는 등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환자의 마음까지 살피는 디테일도 잊지 않았다.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과 색감,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환자 친화적 공간 디자인을 도입했다. 가장 민감하고 절실한 순간에, 환자와 의료진이 안심하고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의 조용하고 정교한 노력은 오늘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 CCDS(Case Cart Delivery System): 수술에 필요한 기구와 소모품을 미리 한 번에 준비해 운반하는 시스템
** ToT(Turnover Time): 한 수술이 끝난 후 다음 수술이 시작될 때까지 걸리는 준비 시간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곽철 /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장(비뇨의학과 교수)
수술실은 환자와 의료진이 가장 깊이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맡기고, 의료진은 그 신뢰에 응답하기 위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곳이죠. 저는 수술실을 단지 의료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 아니라, 환자가 ‘행복을 회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을 회복하고,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을 준비하는 곳. 그래서 더 철저히 설계하고, 더 섬세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은 이번 수술실 리모델링을 통해 단순한 공간 개선을 넘어, 운영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최첨단 시설과 시스템을 도입한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이 수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의 궁극적 가치인 중증 및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선도하는 수술장 체계 구축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앞둔 시간은 누구에게나 긴장되고 두려운 순간입니다. 환자분들께는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는 시간이며 보호자분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곁을 지키는 시간일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수술실은 그 무게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울대학교병원 수술관리실은 두려움보다는 신뢰가, 걱정보다 희망이 더 크게 느껴지는 환자 중심의 수술실을 만들고자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