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혁신의 선두주자, 클리블랜드클리닉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산업 도시다. 미국 내 주요 철도망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철강과 제조 물품이 이곳을 통해 미전역으로 드나들었다. 덕분에 클리블랜드클리닉은 다양한 지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었다.
1921년, 4명의 의사가 설립한 클리블랜드클리닉은 기존의 개별 진료 시스템을 벗어난 협력적인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군 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이 전장의 협업에서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여러 전문 분야가 하나의 병원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그룹 프랙티스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개념이었던 이 시스템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부터 비영리 병원으로 운영되며 연구와 교육을 중시해 온 클리블랜드클리닉에는 병원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을 찾는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스마트 병원’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좋은 병원에서 더 좋은 스마트 병원으로
클리블랜드클리닉이 세계 최고의 스마트 병원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AI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AI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AI를 클리닉 조직에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게 도입되거나 시도되고 있는 AI 기반 기술들은 환자의 데이터 분석 방식을 혁신하고 있으며, 운영의 효율성과 함께 복잡한 의료 서비스 안에서 더 정밀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병원 운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첨단 시설인 Virtual Command Center가 대표적이다. AI 기반 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상태를 예측해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며 더 나은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다.
의사들도 단순 서류 작업에 AI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Dragon Ambient Xperience (일명 DAX)에 기반한 Ambient Listening Software 덕분이다. 보통 의사들은 20~30%의 시간을 단순 서류 작업에 할애하지만, Ambient Listening Software를 활용하면 검사실에 있는 환자와 의사, 가족 구성원 등의 대화나 질의 내용을 요약한 노트를 생성하고 제공해 실질적인 기록 업무가 줄어든다. 이렇게 절약된 시간은 환자 치료를 위한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임상 실습에 도입한 AI도 돋보인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의 인공지능 센터(CCAI)에서는 의사와 데이터 과학자, 의학 연구자들이 AI 예측 모델을 개발하여 치료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담당자인 Nazha 박사는 환자들이 항암화학요법 약물을 사용한 후 그 효과를 알지 못한 채 6개월 이상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찾아 특정 환자가 특정 치료에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요지다. 실제로 이 센터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를 위한 개인화된 예측 모델을 개발해, 기존의 예후 점수 시스템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종양학 분야에서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병원 운영과 진단에만 AI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SF 영화처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일들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을 비롯한 세계 스마트 병원들은 질병의 진단, 치료를 넘어 질병의 예방까지 가능한 미래를 그리며 데이터 분석 및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규모 기술 인력을 고용 중이다.
- 설립 연도 1921
- 위치 메인 캠퍼스는 클리블랜드 중심부에 위치
- 병상 수 1,300
AI가 대기 시간을 줄이고 서류 작업을 대신하며, 치료 효과까지 예측하는 곳.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스마트 병원의 미래를 보여준다.

미리 만나보는 스마트 병원의 미래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인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3년 575억 3천만 달러였던 스마트 병원의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872억 2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스마트 병원의 본질은 무엇일까? 정보 흐름의 디지털화, 시스템 간의 원활한 상호 운용성, 미래 기술 인프라 구축이 된 병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인프라 구축만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AI 신기술과 디지털 도구를 임상 워크 플로우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하고, 환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받은 직원들로 병원을 채워야 한다.
과정은 물론 쉽지 않지만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최신 기술을 통해 환자 치료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한 차원 높이며 스마트 병원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AI, 데이터 분석, 로봇 수술 등 다양한 첨단 시스템을 활용하여 의료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이런 혁신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의학과 의료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서울대학교병원과 같은 곳에서는 더 큰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치료의 질을 높이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