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의 새로운 동반자, AI

AI의 도입과 발전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는 혁신 중 하나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AI 기술은 흉부 X-선 영상 판독이나 심전도 분석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 의사를 돕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으로는 의료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요구를 해결할 수 없었다. 롱-테일 문제(Long-tail problem) 때문이다. 이는 요구되는 작업을 위해서는 AI 모델을 개발할 동기가 충분하지만 그 외 작업에서 AI를 도입할 동기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AI 의료 기술의 새로운 지평

2021년경부터, 롱-테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파운데이션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은 2022년 발표된 ChatGPT로 미국 의사면허 시험 문제에서 96점을 취득하여 의료 현장에서의 높은 잠재력을 보였다. 그러나 의료 영상이나 생체 신호 등 멀티모달(Multimodal,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처리 능력의 부족, 개인정보 병원 외 반출 문제, 과거 지식의 부재, 그리고 환각(Hallucination, 존재하지 않거나 맥락과 관계없는 답을 진실인 듯 내놓는 것)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Chat GPT는 한국 의사면허 시험에서 80점 이상의 준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의료법에서는 과락을 겨우 면하는 등 한국의 의료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단점을 드러냈다.

오픈소스 LLM의 등장으로 달라진 판도

최근 발표된 ‘LLaMA 3*’나 ‘DeepSeek R1**’ 등의 모델은 오픈 소스이면서 상용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과 대등한 성능을 보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모델은 병원 내부에서 운영할 수 있어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은 원내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GPU)을 활용하여 이러한 오픈소스 LLM 모델을 원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원내 LLM 모델을 활용하면 의료진의 판독 오류나 처방 오류 등 실수를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무 검토 등 단순 반복 작업이 다양한 원내 서비스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LLaMA 3: 2024년 4월 18일 공개된 메타의 오픈 웨이트 언어 모델
** DeepSeek R1: 중국 인공지능 연구기업에서 개발한 오픈 웨이트 언어 모델

의료 현장에서 실현되는 AI 혁신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외 주요 기업과 국내외 대학, 병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한 연구와 임상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닛과 공동 개발한 흉부 X-선 판독 알고리즘은 이미 임상에서 활용 중이며 글로벌 시장에도 활발하게 진출 중이다. 25개 병원 18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형 중환자 특화 데이터셋 구축 사업은 이미 5년째를 맞고 있으며 APCONet을 비롯한 다수의 중환자실 인공지능 위험 예측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분야 연구 지원 기금을 통해 원내 과제로 수행 중인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 LLM 개발은 향후 서울대학교병원 곳곳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이렇듯 다양한 AI 모델은 의무기록 작성 보조나 요약뿐만 아니라 의료 영상, 유전체 분석, 디지털 병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인간 중심의 AI 의료를 향하여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뛰어나지만,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고 환자의 편에서 최종적인 임상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의료진의 역할이다. 따라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환자의 존엄성과 의료 윤리를 기반으로 한 인간 중심 의료를 실천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뜻이다.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미래

AI 기술은 의료 혁신을 이끌지만, 그 활용 방식에 따라 의료의 미래가 결정된다. AI의 효과적인 활용과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 구현을 위해 의료진, 연구자, 기업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세계 최고의 교육·연구·진료를 통해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