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이후의 삶까지 이어지는 인연
이금희 원장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병원장으로 부임하신 지 한 달 남짓 되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의사로서 지나온 시간도 많이 돌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백남종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한 달이었습니다. 많은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서울대학교병원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전공한 재활의학은 환자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랜 시간 관계가 이어지는 분야입니다. 과거에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의료의 역할이 머물렀다면 이제는 치료 이후의 삶과 삶의 질까지 살펴야 합니다.
이금희 환자의 치료 이후까지 지켜보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도 많으셨겠습니다.
백남종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환자가 예상보다 크게 좋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회복하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도 함께 달라집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재활의학을 선택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잇는 ‘하나의 병원’
이금희 최근 응급실과 소아 진료, 지역 의료 문제를 접할 때마다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백남종 대한민국 의료가 큰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고,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필수의료도 어느 순간 위기 상황에 놓였습니다. 인구 구조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의료기술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현장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중심을 잡고 대한민국 의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금희 서울대학교병원이라고 하면 세계적인 연구와 첨단 의료기술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는 취임하면서 무엇보다 필수의료를 강조하셨습니다.
백남종 서울대학교병원의 존재 이유는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있습니다. 초고난도 질환 치료뿐 아니라 필수의료를 살리고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지켜나가는 것이 지금 서울대학교병원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금희 하지만 여전히 큰 병에 걸리면 무조건 서울이나 서울대학교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환자 집중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백남종 각 권역의 중심병원이 제 역할을 하고 대부분의 진료가 지역 안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역 병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더 높은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담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시한 개념이 국가 차원의 ‘One Hospital’입니다.
이금희 여러 병원이 하나의 병원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인가요?
백남종 그렇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지역의 중심병원이 치료프로토콜과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연결하고, 중요한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지역 병원에서 후속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는 가까운 지역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아야 하고, 암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도 지역 병원과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지역 병원과 함께 의료체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기술, 환자와 의료진을 잇는 도구
이금희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미래 의료체계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개념이 ‘Connected Care’입니다. 병원 밖에서도 치료와 돌봄이 이어지는 것인가요?
백남종 현재 외래진료는 환자가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의사를 만나는 방식입니다.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뒤 다음 진료일까지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Connected Care’가 구축되면 환자가 집에 있더라도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데이터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받도록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퇴원 후에도 병원과 환자가 계속 연결되는 의료체계가 필요합니다.
이금희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는 의료 현장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백남종 의료진의 업무 중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업무를 AI가 맡으면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진료하고 돌보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금희 환자들은 병원에서 AI의 역할을 어떻게 체감하게 될까요?
백남종 AI는 환자의 위험을 예측하고 투약 오류를 걸러내는 데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병상 배정과 외래 일정, 환자의 이동 동선을 분석해 대기시간과 불필요한 이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 도입의 목적은 의료진이 행정 업무 부담을 덜고 진료와 연구, 환자와의 소통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국가 바이오의료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
이금희 원장님께서는 서울대학교병원을 ‘국가 바이오의료 혁신 엔진’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백남종 우리나라의 다음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는 의료와 바이오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와 바이오산업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에는 의료와 공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습니다. 이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협력할 수 있도록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학자와 의료진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면 실제 의료에 필요한 결과를 만들고, 이를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치매와 같은 초고령사회 질환도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을 기업과 연구진이 함께 협력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금희 그러한 연구와 기술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K-의료’인가요?
백남종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중심이 되어 국내에서 개발한 치료 프로토콜과 기술, 의료시스템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K-의료를 세계에 알리고 이끄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행복한 직원이 만드는 가치 중심 공동체
이금희 원장님의 경영 철학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말씀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다”는 말이었는데요.
백남종 병원은 환자가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 찾는 곳입니다. 그런 환자를 돕는 일은 매우 가치 있고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느끼며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구성원의 행복이 환자와 가족에게도 전해지는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금희 서울대학교병원은 다양한 세대와 수많은 직종이 함께 일하는 큰 조직입니다.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백남종 무엇보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부서와 직종 사이의 칸막이를 줄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수평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동의 가치 안에서 구성원 각자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가치 중심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금희 임기를 마치는 날에는 어떤 병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백남종 크고 화려한 업적을 남긴 병원장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시간이 흐른 뒤 “그 원장 때부터 이런 일이 시작되어 병원이 이렇게 달라졌구나”라고 한 번쯤 떠올릴 수 있는 병원장이 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가중앙병원이 되도록 모든 교직원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이금희 앞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이 만들어갈 변화가 더욱 기대됩니다. 임기 동안 건강하게 뜻하신 일들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병원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느끼며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합니다.구성원의 행복이 환자와 가족에게도 전해지는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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