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사진. 황필주(79Studio)

Q. 간정맥폐쇄질환(VOD)은 어떤 병이며, 왜 예측이 중요한가요?

조혈모세포이식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능하면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만큼 혹독하고 위험합니다. 늘 ‘어떻게 가장 안전하게 넘기느냐’가 숙제죠. 문제는 이식 전 쓰는 강한 항암제와 방사선 때문에 간정맥폐쇄질환(VOD)이 20% 전후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성인보다 소아에게 더 자주 생기고, 중증은 사망률이 70%에 육박해요.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니 똑같은 조건에서도 어떤 아이는 부드럽게 넘어가고, 어떤 아이는 심하게 앓더라고요. 이식 전 단계에서 위험한 아이들을 미리 선별해 선제적으로 예방 치료를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이번에 활용하신 ‘단백체 분석(프로테오믹스*)’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연구자라기보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보는 게 가장 즐거운 의사입니다. 미해결 과제를 풀려고 공부하다 접하게 되었죠. 단백체 분석은 몸 안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해 의미 있는 패턴을 찾는 방식입니다. 기존 평가는 이미 알려진 몇몇 단백질만 관찰했다면, 이번에는 혈액 속 단백질 패턴을 폭넓게 비교 분석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오마커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치료 전부터 환자마다 단백질 패턴이 달랐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연구는 조혈모세포이식 때 ‘부설판’이라는 약제를 쓴 환아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약을 투여하기 전인 ‘치료 전 단계’인데도 향후 VOD가 발생할 환자군과 그렇지 않을 환자군 사이에 단백질 패턴이 확연하게 갈렸습니다. 강한 약물 때문이 아니라 환자가 원래 몸속에 가지고 있던 ‘생물학적 취약성’이 따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타고난 유전적 요인이든 이전 치료로 축적된 데미지이든, 어떤 아이들은 시작 전부터 이미 이 합병증에 취약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Q. 핵심 지표로 발견된 GCLC와 FBP1 단백질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다행히 이번에 발견된 두 단백질은 의학적 의미가 아주 명확했습니다. GCLC는 간의 독소 해독 기능과 직결되어 있고, FBP1은 간의 혈당 조절 기능과 연관이 깊습니다. VOD 합병증이 발생한 아이들은 이식 전부터 이 두 단백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어요. 간의 해독 능력이나 대사 기능 측면의 취약성이 이미 혈액 속 단백질 신호로 나타나고 있었던 셈입니다.

Q. 예측 표지자를 5개까지 압축하셨는데, 임상 실용성을 고려한 결과인가요?

정확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라도 병원에서 쓰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현실적으로 이식을 앞둔 모든 아이에게 비용과 시간이 엄청난 전체 단백체 분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 혈액검사처럼 몇 가지 핵심 단백질만 골라내어 신속하게 예측해야 실용성이 생기죠. 그래서 가장 핵심이 되는 표지자를 5개까지 압축했고 개수를 대폭 줄였음에도 높은 예측 성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가 더 발전해 이식 전 간단한 스크리닝 검사로 정착된다면 합병증 발생률을 더 낮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Q.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현장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시나요?

제가 전공의 시절 청진기를 들고 다닐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이식 수술은 정말 몰라보게 안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예기치 못한 합병증들이 고개를 들고 환아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줍니다. 논문 한 편으로 큰 변화가 생긴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수많은 의료진이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내일을 선물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 곁을 지키는 의사이자 문제를 풀어가는 연구자로서 진료실과 연구실에서 제 몫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세포나 혈액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전체(단백체)’를 펼쳐놓고 구조와 기능, 변형 패턴을 대량으로 분석하는 정밀 분자생물학 연구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