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신지선

사진. 황필주(79Studio)

외과 술기교육센터를 열기까지

한 명의 숙련된 외과의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일까. 특히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현장에서 단독 수술을 집도하기까지 전공의는 얼마나 치열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안고 방문한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술기교육센터는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열기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의 거대한 시뮬레이터가 시선을 압도했다. 화면 속에는 간과 췌장 등 복잡한 장기들이 실제처럼 선명하게 떠올라 있고 그 옆에서는 수석 전공의(Chief)가 시뮬레이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쪽 옆을 제대로 잡아야지, 바로 들어 올려야죠!” 단호하고도 커다란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외과 장진영 과장이다. 이곳에서 교육생은 실제 수술에 투입되기 전에 단계별 평가를 거치며 정밀한 술기 연습을 할 수 있다. “ 외과 술기교육센터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절감해 왔지만 막대한 비용과 공간적 제약 탓에 실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했습니다. 우선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하고, 수련기간도 3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동시에 국내 로봇 수술 시장이 매년 20%가량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니 첨단 장비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시대적 요구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자 이번 센터를 개소하게 되었습니다.” 외과 술기교육센터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공의 교육 기금도 투입하고 동문 선배, 교수님들의 개별 비용을 각출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영술 후원인의 통 큰 기부였다. 장진영 과장은 “보통 연구비로는 후원을 많이 하시는데 교육 기금으로 후원하는 일은 드물어요.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신 거죠”라며 감사를 표했다.

소프트웨어까지 완벽하게 갖춘 외과 훈련의 산실

핵심은 단연 로봇 시뮬레이터다. 그 곁에는 주요 수술 기법인 내시경 및 복강경 수술 시뮬레이터가 자리 잡고 있으며, 외과에서 주로 다루는 갑상선, 유방, 간, 담도 등의 종양을 기본적인 스크리닝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초음파 시뮬레이터도 구비되어 있다. “ 외과의에게 초음파는 청진기와 같습니다. 특정 부위를 타게팅해 조직 검사를 수행하고 수술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필수적이죠. 물론 하드웨어만 갖췄다고 해서 전공의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교수진이 직접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장진영 과장은 이어, 단순히 시간이 날 때 한두 번 들르는 흥미 위주 교육으로는 전문의를 양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동일한 과정을 반복 훈련하며 숙련도를 완성해야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전에는 교수 및 선배들의 지도 아래, 절개부터 봉합까지 가르쳤지만 명확한 커리큘럼이 없고, 객관적인 술기 평가 없이 수술장에 투입되다 보니 개인별 역량 편차가 컸습니다. 외과 술기교육센터의 목표는 이런 편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제 전공의들은 센터에서 기초 술기를 완벽히 체득하고 동물 실험을 거쳐 실제 수술실에 투입되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수술의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의 모든 외과 전공의는 교수진이 설계한 정교한 튜터링 시스템 안에서 수련을 쌓는다.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신의 술기 레벨과 취약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은 물론 지도교수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의 밀도를 높인다. 여기에 스마트한 교육 환경을 위해 개발 중인 전용 평가 앱(App)은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일 전망이다. 전공의들은 교과서 학습 항목부터 술기 달성 횟수, 완성도 점수까지 앱에서 상시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성장을 관리하게 된다. 이러한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 전공의는 3년의 수련 기간 안에 기본적인 암 수술과 복막염 수술을 능숙히 집도할 수 있는 숙련의로 거듭나게 된다. 외과 술기교육센터는 숙련된 전문의와 교수진에게도 폭넓게 개방되어 있다. 장진영 과장은 술기 측면에서 완벽을 기하기 위한 부단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주니어 교수들도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을 능숙히 집도하려면 기구를 자기의 손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적응기가 필요합니다. 고난도 수술 중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막힘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술기교육센터에 거는 기대

시뮬레이션 기반 술기교육센터 운영의 효과는 해외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초심자들은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술기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수술 부위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기 봉합 부위가 파열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마무리하는 핵심 술기를 센터를 통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마하는 식이다. 이런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외과 술기교육센터는 의료계에 누적된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및 선진화로 암 및 외상 환자가 많아지면서 외과 수술 수요가 매년 7%가량 늘고 있지만, 전공의 유입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외과는 ‘생명을 살린다’는 의사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과입니다. 나의 지식과 술기로 환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의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예비 전공의들이 이 센터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며 외과의 매력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올해는 학부생들에게도 외과 술기교육센터 수업을 개방하려 합니다. 로봇 수술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배출한 외과 전문의 중 절반 이상은 수련 후 전국 각지의 의료기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한다. 이들이 전공의 시절부터 수준 높은 술기를 연마하는 것은 개개인의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계 전체의 역량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과 의의가 막중하다. 이러한 책임감의 뿌리는 서울대학교 외과학교실의 미션인 ‘YOUR LIFE, OUR MISSION’과 닿아 있다. 생명을 살리는 사명감을 완수하기 위해 술기를 연마하는 ‘1만 시간’은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명을 실력으로 증명해낼 미래 외과의들의 손끝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이 더욱 견고하고 안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 외과의의 술기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가장 정직한 약속입니다.
첨단 시뮬레이션으로 개인의 역량 편차를 극복하고
의료의 상향 평준화를 실현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단단해진 손끝이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가장 견고한 안전망이 되길 기대합니다.” -장진영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과장(간담췌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