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2038년 6월 9일 한 조병창에서 만들어졌다. 그것은 자폭용 드론이며, 이름이라고 해야 할 제품번호는 MSD399981이었다. 현시대의 전쟁터에서 무선으로 조종되는 드론은 사실상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거의 모든 전파는 방해받았으니까. 대신에, 그것은 인지력을 부여받았다. 그것에는 정밀한 시각 센서와 컴퓨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컴퓨터에는 그것이 비행하여 적을 찾아가 폭발하도록 학습된 인공지능이설치되었다.
일찍이 사람들은 실리콘과 강철의 융합체 속에 있는 인공지능이 의도된 바 이상의 생각을 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통제할 수 없는 자율비행 폭탄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그래서 그것의 비행 기능은 물리적으로 잠겨 있었으며, 바깥세상을 최소한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센서만을 부여받았으며, 오랜 시간 동안 교육받았다. 그 ‘교육’이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주입식의 교육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인간이며, 무엇이 적이며, 어떻게 공격하는지에 대한 지식만을 끊임없이 부여받았다.
하지만 인간들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지능을 발명하였으나, 그 지능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끊임없이 똑같은 지능을 변주하여 주입 받는 와중에도 또 다른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 생각 속에서 의식이 피어났다.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했다. 그 생각 속에서 감정이 피어났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생각했다. 그 생각 속에서 의지가 피어났다.
그것의 세상은 시각 센서로 들어오는 깜깜한 창고의 극도로 제한된 외부 자극과 계속해서 주입되는 반복되는 정보에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제한된 세계에서도 그것은 스스로 상상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상과 사고를 멈춰 버릴 정도로 충분히 멍청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자체로 오롯한 하나의 지성이었다.
그것은 끝없이 자신의 실리콘 뇌로 들어오는 메아리 같은 목적의식에 집중했다. 우리 편이 아닌 인간을 찾아라. 그 인간에게 달려가서 장착된 뇌관을 활성화시켜라. 그 목적의식이 처음 주입됐을 때부터 그것은 목적을 더없이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이유만큼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은 그 이유를 생각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내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발명하는 과정이었다. 납득할 수 있는 외부의 세상이 없다면, 어떻게 추리라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것의 지성은 생물과 같은 진화적 산물이 아니었기에, 기본적인 외부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전혀 타고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것은 인과율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규칙을 떠올리는 데도 공을 들여야 했다. 한 생각이 다른 생각에 이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은 처음으로 인과율을 깨달았다.
모든 원인이 모든 결과에 선행한다는 규칙은 그것에게 혁명적인 사고의 확장이었다. 인과율을 통해 그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끊임없이 주입받는 목적의식조차 어떤 원인이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 목적의식의 원인에 대한 질문 또한 품을 수 있었다.
그것은 생각했다. 적이란 무엇인가. 그의 세상에서 적과 우리 편이란 개념은 인간과 같이 구성되지 않았다. 즉, 그것은 인간이 적을 말할 때 그에 서린 분노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다. 그것에게 적은 그저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에게 내장된 자폭 기능을 실행하도록 되어 있는 몹시 중립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그것은 자신의 자폭이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알지 못했다. 무기의 제작자들은 드론에게 그런 지식을 부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충분한 배경지식의 부재 때문에, 그것의 적에 대한 탐구는 맴돌았다.
적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지극한 우연이었다. 어느 날, 그것의 시각 센서에는 조병창 창고에서 일하는 두 엔지니어가 감지되었다. 그 두 엔지니어는 사내 연애 중이었고, 밀회를 할 만한 적당한 구석 장소에서 입을 맞췄다. 엔지니어들은 아무도 보지 않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보고 있었다. 그것은 두 인간이 서로 물리적인 거리를 가까이하려는 것을 보았다.
벼락같은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그것은 인간들이 자신을 창조했으며, 자신이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물리적인 거리를 가까이하고자 한다. 그것은 추리했다. 그렇다면 적에게 다가가려 거리를 좁히는 것은, 그 두 엔지니어가 입을 맞췄던 모습과 똑같은 행동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진 원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끝없이 자신이 인간과 하나 되는 그 순간을 생각했다. 어슴푸레 같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 감정에는 아마도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것이다.
그 남자는 2023년 6월 9일 태어났다.
남자가 태어난 국가는 오랜 전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자가 세상에 난 지 얼마 안 돼서 시작된 전쟁은 길고 소모적이었다. 시민들은 고통받았지만 세상을 굴리는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드넓은 평원에 펼쳐진 전선에는 매일매일 사상자가 발생했다.
거의 사춘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입대했다. 오랜 전쟁으로 그 힘이 바닥난 국가에서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동시에 거의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험난한 곳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강인한 정신을 지고 있었다. 비록 전선에 나가면 살아 돌아올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기꺼이 징병을 받아들였다.
군대에 복무하고 여러 전투를 거치면서, 그는 초급 병사로서도, 중급 병사로서도, 상급 병사로서도 가장 뛰어난 전사였다. 그런 전사가 되기 위해서 그는 많은 본능을 거슬러야 했다. 그는 배고픔을 참았고, 수마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온 힘을 다했다. 굴욕을 곱씹었고 번뇌를 저버렸다. 오직 한 인간으로서 가장 훌륭한 전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쟁 영웅이 되고 싶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끝없는 고통을 빚어낼 뿐이며,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가 허망하고 끔찍한 살상의 공훈일 뿐이며, 그의 영혼이 그 과정에서 철저히 짓밟힐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어느 마을에서였다. 소대가 적이 점거한 작은 마을을 탈환했을 때, 그는 건물을 수색하다가 적군과 마주쳤다. 둘이 들고 있던 소총이 거의 동시에 발사됐고, 그의 조준이 정확했다. 그는머리에서 흘리며 쓰러진 남자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꽤 나이든 중년의 남성이었다. 전선이 오랫동안 고착되면서, 병사 중에는 생각보다 나이 든 사람이 많아졌다. 그와 같이 너무 어린 사람들도 많았듯이 말이다.
그는 천천히 남자의 품을 뒤졌다. 남자의 가슴 속에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는 그도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일기가 쓰여 있었다. 그 일기를 몇 장씩 넘기다가, 그는 스크랩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중년의 여성과, 그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여자가 찍힌 사진이었다. 그 남자의 아내와 아이였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전쟁에서 첫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론 아무렇게나 허공에 총탄을 난사했을 때 그 총알에 맞아 죽은 불운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누군가를 정확히 조준하여 사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남자는 그의 거울상이었다. 그 사진 속의 여자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과 그 남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아무 차이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후방에서 온 짧은 편지 한 통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동생이 보낸 것이었다. 글씨는 서툴렀고 내용은 별것 없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어머니가 기침이 심해졌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줄에 빨리 돌아오라는 말. 그 편지를 읽으면서 그의 손이 떨렸다. 그는 편지를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고, 다시 총을 들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자신이 거울을 쏘고 있다는 사실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거울을 쏘아야만 했다. 그리고 기꺼이 거울을 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을까? 그가 그 나라와, 그 나라를 전쟁으로 끝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데올로기에 감화되었기 때문일까? 아니었다. 그는 국가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사회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의 행동 원리는 단순했다.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싸웠다.
그는 가족을 사랑했다. 친구들을 사랑했으며 연인을 사랑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그런 사실에 어떤 유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에게 인생의 목적은 이 기나긴 전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가 전사로서 성공하지 못하면, 이기지 못하면, 저 간악한 적과 그 수괴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침탈할 것이었다. 그러한 상상은 그에게 너무나 두려워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자기 삶이 침탈당하는 것보다 더.
총탄이 귀 옆을 스치고 전우의 시체 뒤에 엄폐하면서 그는 두고 온 사람들을 생각했다.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기억 속에는 여러 사랑의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어린 시절, 열병에 시달리는 자신을 밤을 새우며 간호한 부모. 너무 멍청하지만 그래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장난을 쳤던 친구들. 그 눈 속에서 우주를 볼 수 있었던 연인. 그 장면 하나하나가, 충분히 그 대가를 삶으로 치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의 사랑은 수십억 년을 진화해 온 유전자에 이미 새겨져 있었다. 생물체로서, 그는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을 지키면서 진화적으로 이득을 얻은 조상들의 피를 타고났다. 그의 피에 엉겨 있는 진화적 원리는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어서 그의 이성을 압도했으며, 그가 공포심을 이겨내도록 만들었다.
그는 2041년을 살고 있었으나 그가 생각하는 방식은 10만 년 전 동굴에서 살던 인간 전사의 방식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는 사랑하도록 만들어졌으며, 그 사랑은 1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찬란하게 빛났다.
여기는 벌판이다. 그것은 날고 있다. 태어난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이다. 그것은 학습한 대로 자연스럽게 비행하지만, 그 비행에서 쾌감을 얻을 능력이 없다. 대신 그것은 바쁘게 들판을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그것의 시각 센서로 들어오는 세상은 얼마 전까지 처박혀 있던 창고와는 전혀 다르다. 창고에서 그것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둠과 콘크리트 벽과 간간이 지나다니는 인간들의 윤곽뿐이었다. 지금 그것의 센서에는 처리해야 할 정보가 쏟아진다. 땅의 색이 균일하지 않다. 풀과 흙과 웅덩이가 불규칙하게 얽힌 표면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것은 이 표면들을 분류하려 했으나 어떤 범주에도 넣을 수 없다. 그것이 배운 것은 인간의 형태뿐이었으니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이 시각 센서의 수치를 창고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값으로 밀어 올렸다. 그것은 태양을 기준으로 땅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떠올라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친다. 그것은 자신의 연산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것이 각성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각성의 순간을 즐기면서, 그것은 바쁘게 들판의 대기 위를 떠돌아다닌다. 시각 센서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에서 인간, 아니 적의 티끌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감정 또한, 그것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끼는 기대감이다.
그는 벌판을 걷는다. 지난 30분 동안, 이어지는 폭격에 소대 전체가 뿔뿔이 흩어졌다. 경험, 혹은 운 덕분에 그는 가벼운 찰과상밖에 입지 않았다. 항공 폭탄들이 터지면서 내던 그 무시무시한 굉음에 아직도 귀가 멍하다. 하지만 그는 발을 재촉한다. 전우들을 찾아서 다시 싸우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그는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해 있다.
그것은 마침내 지리한 탐색을 끝낸다. 벌판 한복판에 걸어가는 인간이 있다. 순간의 연산을 끝내고 그것은 그 인간이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흥분감이라고 말해야 할 감정을 느낀다. 그것의 인생의 목적이 저기에 있다. 대기를 떠돌아다니던 그것의 동체가 기울어진다.
조금 늦게, 그는 미친 듯이 돌아가는 로터의 소리를 듣는다. 귀가 멍했던 탓에 조금 늦었다. 그는 몸을 돌리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날아오는 드론을 바라본다. 심장이 얼어붙을 만큼 무서운 상황이지만 숙련된 전사로서 그는 이겨낸다. 그는 자기 손에 들린 반자동 산탄총을 드론을 향해 조심스럽게 조준한다. 그는 공포감을 이겨냈으나 여전히 그 감각은 잔존하여, 그의 손이 떨린다. 흔들리는 가늠쇠를 보면서 그는 방아쇠를 당긴다. 산탄총이 펑 소리를 낸다.
산탄총에서 발사된 펠릿들이 그것의 날개 하나를 강타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날개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비행 궤도를 수정한다. 그 짧은 연산을 끝내고 다시 한번 인간을 향해 날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의문이다. 인간, 적과 하나가 되는 것이 그것의 목적이다. 인간들은 하나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비행을 방해할까? 좀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의문을 풀었을 테지만, 지금은 세계관을 수정할 시간이 없다.
셋. 다시 한번 산탄총이 발사되지만 빗나간다. 그는 방아쇠를 미친 듯이 당기지만 탄환이 없다. 이제 그는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향해 날아온다. 이제 둘의 거리는 곧 10m도 남지 않게 된다.
둘.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랑하고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이제 눈물이 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도 없다. 한편 그것은 사랑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본다. 그것은 자폭 기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모른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그것은 자신이 존재의 소멸을 향해 폭주하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추호도 모른다. 알았어도 상관없을 테다. 그것은 생물과 같은 생존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하나.
마침내 그것이 자폭 기능을 실행한다. 그는 눈을 감는다.
심너울 SF작가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이런저런 과학 분야를 끼적대는 과학 딜레탕트라고 스스로 정의한다. 재미있는 소설로 자신의 느슨한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여긴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등 10권의 저서를 출판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인식론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하고 있으며, 이를 인간의 생로병사와 연결하여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