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의 방향을 찾는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김다인 전문간호사 | 외과계 중환자실


김다인 전문간호사는 지난 2024년 9월, 교직원 교육연수기금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종합병원(SGH)을 방문했다.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SingHealth 그룹의 의료 시스템과 간호 운영 방식, 전문간호사 제도 등을 밀도 있게 경험하고 돌아왔다. 외래, 중환자실, 수술장, 시뮬레이션 교육 공간 등 병원의 핵심 부서를 직접 둘러보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장의 고민을 함께 접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전문간호사가 NP(Nurse Practitioner, 전문간호사)와 CNS(Clinical Nurse Specialist, 임상간호전문가)로 명확하게 나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한 명이 두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 둘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연수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에는 융합형 모델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다인 전문간호사는 이번 연수를 통해 전문간호사의 역할과 범위, 제도적 기반이 실제로 임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한다. 특히 싱가포르 병원의 간호 경력 개발 체계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임상, 교육, 연구, 행정 등 총 6개의 경로 중 본인의 역량과 비전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단계에 따라 명확한 목표와 역할 변화, 유니폼의 형태까지 다르게 설계되어 있었다.
전문간호사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이번 연수는 더욱 큰 울림으로 남았다. 단순히 해외 병원의 운영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본인의 역할과 병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특성상 전문간호사가 전공의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병원 본부와 현장, 또 환자 상태에 맞는 전문간호사 고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막연히 느껴왔죠. 하지만 연수를 통해 한 가지 모델만이 정답이 아니라, 현장에 맞는 조화로운 역할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간호사로 일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김다인 전문간호사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관리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동료 간호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성과 중심의 간호 업무 수행 방식과 환자 안전, 동료 간 소통 등을 아우르는 간호 질 관리 체계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김다인 전문간호사는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하나씩 실천하며 중환자실 내에서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전문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에 외국의 사례를 직접 보고, 제가 나아갈 방향을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병원의 전문간호사 제도가 더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귀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후원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픈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가겠습니다” 송윤경 교무부장 |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학교


1999년 개교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학교가 26주년을 맞았다. 시작은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문제의식이었다. 소아암백혈병 치료를 받은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병원학교 설립을 주도한 것이다. 병원 예산과 지방보조금을 기본으로 운영하지만 책자 발간, 프로그램 개발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후원금이 필요하다.
현재 어린이병원학교에는 초등학생 65명을 포함해 약 100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지만 실무자는 단 2명뿐이다. 수업을 담당하는 48명의 교사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다. 교육학 전공자, 퇴직 교수, 현직 강사 등 오랜 경력을 지닌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만난다. 수업은 초등학생 중심의 대면 수업과 중고등학생 대상의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되며, 치료 일정과 연동해 학습 스케줄을 설계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병원 진료 스케줄이 정해지면 저희는 바로 그에 맞춰 학습 스케줄을 짜요. 하지만 어린이병원학교는 단지 수업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치료받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교육에서는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 특히 초등 저학년들은 학습 결손과 사회성 결여로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자주 겪어요. 2024년 개교 25주년을 맞아 아이들의 작품을 활용한 인성교육 동화책을 제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화요일 미술 수업에서 선발된 네 명의 아이들은 9회에 걸쳐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교사들은 그림에 이야기를 입혀 동화책으로 완성했다. 동화책에는 치료 이후 학교 복귀를 앞둔 아이들에게 필요한 규칙, 관계, 감정 표현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담겼다. 후원금으로 제작한 동화책은 현재 어린이병원학교 학생은 물론, 학부모, 자원봉사자, 소속학교 교사들에게 상담 및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병원학교는 단일 기관의 역할을 넘어 국가중앙병원의 책임도 함께 짊어진다. 대표적으로 내년에는 서울 지역 병원학교 실무자들과 연합한 ‘교사 아카데미’를 통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학교로 모인 후원금을 보다 뜻깊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개교 이래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교육 환경을 고민하고 실행해온 송윤경 교무부장의 바람은 단 하나다. 어린이병원학교에서의 시간이 고통이 아닌 위안과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소아암은 완치율이 높지만, 치료를 견디기에 아이들이 너무 어려요. 어린이병원학교가 그런 아이들에게 기대고 버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투병 중에도 학습 의지를 잃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이나 치료가 끝난 후 봉사하러 다시 오겠다는 아이들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송윤경 교무부장은 아이들은 병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나아가 어린이병원학교가 지난 26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뜻을 함께한 후원인들 덕분이라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후원은 치료 너머, 가족의 삶을 지킵니다” 정보람 의료사회복지사 |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팀


대부분의 환자가 병을 진단받은 직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치료비’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피하는 환자들도, 치료 후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팀 정보람 의료사회복지사는 바로 그 순간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한다.
“최근 만난 50대 남성 환자분은 심혈관질환으로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 치료까지 받으셨습니다. 치료비가 천만 원 이상 발생했는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드님이 아르바이트만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간병도 필요했지만 가족이 감당할 수 없어 걱정이 크셨죠. 다행히 치료비와 간병비를 함께 지원해 주신 함춘후원회 덕분에 무사히 회복하실 수 있었습니다.”
함춘후원회의 간병비 지원은 단순히 ‘입원 중의 돌봄’을 돕는 것을 넘어선다. 간병인이 필요하지만 가족이 감당할 수 없어 보호자가 생계를 포기하거나, 치료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악순환을 막아주는 ‘삶의 조건’을 지키는 일이다. 정보람 의료사회복지사는 함춘후원회의 지원이야말로 퇴원 이후까지 생각하는 돌봄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많은 분들이 ‘저소득층 환자’라고 하면 의료급여 수급자만 떠올리지만, 의료급여 수급자 외에도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의료사회복지팀이 2020년부터 별도의 ‘취약환자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 중증 산정특례 대상자처럼 의료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체계적으로 선별해 명단을 만든다. 의료사회복지팀은 해당 환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상담하고 필요시 입원 전에 미리 지원 절차를 준비한다. “아직도 ‘돈이 없어서 입원하지 않으려고 했다’라는 환자분들도 많습니다. 15만 원, 20만 원의 검사비가 부담되어 병원에 못 오는 분들도 있고요. 환자의료비 지원은 이렇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더 깊어지는 상황을 막는 일인 동시에 퇴원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가족과 함께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정보람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신청하는 사람인 동시에 함춘후원회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병원 인턴으로 근무한 첫해에 직접 가입해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후원회에 환자를 추천하면서 ‘나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후원이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연차가 쌓이며 후원 금액을 조금씩 늘리며 꾸준히 이어왔다.
“여러분의 후원 덕분에 오늘도 누군가는 치료를 받고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덕에 꾸준한 후원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매일 체감하며 일합니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저 역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