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자의 얼굴, 휴먼비잉의 마음 혈액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새벽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성큼성큼 본관으로 들어선 오도연 교수가 “아침부터 고생하시네요”라며 제작팀에게 인사를 건넸다. 단호한 발걸음과 표정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심히 뒤를 따르던 길, 연구실 문이 열리자 어색한 침묵이 깨졌다. 연구실 곳곳을 채운 펭수 캐릭터 덕분이다. “지치거나 속상할 때마다 펭수를 보며 여유를 찾아요.” 짧은 고백 뒤, 오도연 교수는 이날의 첫 일정인 텔레컨퍼런스(화상회의)에 돌입했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환자 곁을 맴도는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의 총괄 책임자이자, 희귀암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넓힌 연구자, ‘환자는 증례가 아닌 삶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는 임상의사, 환자들의 삶을 지키는 의학자의 단단한 얼굴 뒤에 숨겨진(?) ‘휴먼 비잉’ 오도연 교수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기술 너머 사람의 미래를 설계하는 곳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이미 많은 병원에서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은 그 이상을 설계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만들고 검증하며 책임’지기 위해, 헬스케어AI연구원을 개설한 것이다. 구성부터 흥미롭다. 국내 최고의 AI전문가이자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인 장병탁 연구원장은 “의료 AI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구조에 대한 확신을 강조한다.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AI 기술, 600만 명에 달하는 임상데이터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헬스케어AI연구원의 강력한 무기를 강조한 셈이다.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인 이형철 부원장은 “의료는 결국 사람에게 닿아야 합니다”라며 ‘신뢰에 기반한 인간 중심 의료 AI’를 강조한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쓸 수 있을 만큼 현장에 최적화된 기술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모든 자산을 하나로 연결해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확신은 “노벨상급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한 마디로 귀결된다.
한 걸음 뒤에서 병원을 움직이는 사람들 전정덕 행정처장

서울대학교병원의 중심은 환자와 의료진이다. 의료진이 원활한 치료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펼치는 과정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활한 운영을 뒷받침하는 교직원들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28년 동안 다양한 부서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취임한 전정덕 행정처장의 각오가 남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환자에게 편한 방향으로’, ‘병원내 소통과 협력이 변화의 핵심’ 등의 각오를 밝혔지만 전정덕 행정처장은 “어느 자리에 있든 환자 중심 환경 조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부서에 가든 하나는 바꾸려고 노력했던’ 전정덕 행정처장의 여정이 서울대학교병원 곳곳으로 스며 들어 병원의 미래를 밝히는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갈 것이다.